“2012년 일-중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이었다. 중국에서 일본 문화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고, 일부는 정부가 금지시켰다. 대사관에서 작은 모임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주중일본대사관 공보문화부장인 야마모토 야스시 공사(사진)는 22일 중국 베이징의 일본대사관에서 외신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하고, “지금은 중국과 이웃한 한 나라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듯하다. 그 나라의 내 동료들에게 미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 중인 한국을 가리킨 말이다.
그는 “당시 중-일의 경제 지위가 바뀌면서 일본 내에서 일부 불안감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에서 폭력적 상황이 벌어졌고, 일본에서 중국에 대한 감정이 굉장히 악화했다”며 “지금도 극복했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고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야마모토 공사는 2012년 이후 중국에서 일본 대사관은 민간 교류 지원 등 ‘공공외교’를 통해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대사관은 중국의 양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와 웨이신(위챗)에 계정을 만들어, 정치·외교와 무관한 일본여행, 대중문화, 먹거리 등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했다. 현재 일본 대사관 계정 팔로어는 약 100만명으로, 주중외국공관 가운데 이스라엘, 캐나다, 미국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야마모토 공사는 “다른 나라의 일본대사관에선 문화행사가 일본 문화를 잘 모르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중국에선 일본 대중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참석한다”며 “많은 중국인들이 일본 문화를 좋아하지만, 민감할 때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들의 일본에 대한 애정은 ‘비밀 연애’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2022년 도쿄올림픽 등 공공외교 차원에서 기념할 수 있는 해가 거듭된다면서, “상황을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의미가 있으므로 분위기가 나쁠 때는 더 잘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갈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있는 한-중 관계는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야마모토 공사는 “2012년과 2014년을 비교하면, 중국이 문제삼은 ‘작은 섬’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해결된 게 없이 우린 우리 입장을 고수했지만, 관계가 바뀌었다. 중국도 일본 내의 대중국 감정 악화가 위험하다고 보면서 회복하려던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영토분쟁중인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의 이름을 굳이 명시하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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