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기 최고 지도자 유력후보로 꼽히던 쑨정차이(54)가 충칭시 당서기에서 물러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후임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인 천민얼(57)이 임명됐다. 중국 권력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신호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오러지 당 중앙조직부 부장은 15일 충칭시 당 지도간부 회의에 나와, 쑨정차이 전 서기가 베이징에서 당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천민얼 구이저우 당서기가 새 충칭시 당서기를 맡게 됐다고 발표했다고 홍콩 <명보>와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16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15일 천민얼 새 충칭시 당서기 임명을 공식 발표하면서, 쑨 전 서기가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는 밝히지 않고 ‘동지’라고만 호칭했다. 한 소식통은 <명보>에 쑨 서기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 주도로 열린 전국금융공작회의에 참석했다가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그의 회의 참석 모습이 관영 언론 보도 화면에서 삭제됐다고 전했다.
중국 당 서열 25명까지의 중앙정치국 위원 중 한명인 쑨정차이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와 함께 유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로 꼽혀 왔다. 쑨 전 서기는 원자바오 전 총리에게 발탁되고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쑨 전 서기는 부인이 연루된 일로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 또는 여자친구가 간첩이라는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무화핑 충칭 부시장과 관련돼 있거나, 2012년 낙마한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의 흔적 청산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이 조사 이유라는 관측이 나온다. 쑨 전 서기는 지난 3월 내부 토론회에서 보시라이의 해악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자아비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국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쑨 전 서기가 중요하지 않은 자리에 임명될 수는 있지만 큰 실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마할 이유는 없다”며 “쑨 전 서기 관련 결정은 원 전 총리의 체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천민얼(57) 신임 충칭 당서기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인맥인 ‘즈장신쥔’(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 시절 같이 일한 인맥)의 핵심으로 꼽히며 최근 급부상하는 정치 스타다. 현재는 205명 당 중앙위원 중 한명으로 쑨정차이에 비해 훨씬 서열이 낮지만, 이번 승진으로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급부상했다.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4대 직할시의 당서기는 중국 지도부 입성이 유력한 자리다. 이번 인사로 상하이를 뺀 3대 직할시 당서기는 모두 시진핑 인맥이 차지했다. 리훙중 톈진 서기와 차이치 베이징 서기는 시진핑 측근이며, 상하이만 장쩌민 전 주석 인맥인 한정 서기가 맡고 있다. 올가을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 측근들이 대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1인 권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애초 2022년까지로 예정된 임기를 넘어 장기집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 중앙조직부 간행물 <당건연구>가 시진핑 주석의 이론을 ‘시진핑 사상’으로 공식 언급하는 글을 싣는 등 시진핑 사상을 당장(당헌)과 헌법에 넣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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