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캐릭터 푸와 티거를 시진핑 주석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비유한 콘텐츠. 출처: 글로벌 리스크 인사이트 누리집
중국 당국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비유되는 만화영화 캐릭터 ‘곰돌이 푸’를 소셜미디어에서 차단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주말부터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서 푸가 검색 차단 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푸를 검색하면 “불법 콘텐츠”라는 안내문이 뜨고 있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위챗)에서는 곰을 소재로 한 캐릭터 선물이 사라졌다.
시진핑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푸와 이요에 비유한 콘텐츠. 출처: 글로벌 리스크 인사이트 누리집
푸는 시 주석과 비유되기 때문에 시련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누리꾼들은 시 주석의 통통한 모습에 푸를 빗대는 것을 즐겨왔다. 2013년에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만났을 때 함께 걷는 장면이 푸와 그 친구 티거가 함께 걷는 장면과 비유되는 사진이 나돌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듬해에는 시 주석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장면이 푸와 당나귀 캐릭터 이요가 손잡은 장면과 비교됐다. 시 주석이 군사 퍼레이드에서 무개차를 탄 장면도 푸가 장난감 차를 탄 모습에 비유됐는데, 이 그림은 정치 컨설팅 업체 글로벌 리스크 인사이트가 ‘2015년에 가장 많이 검열당한 이미지’로 선정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푸가 차단당한 것은 올 가을 제19차 중국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그를 희화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오무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중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정치적 조직과 정치적 행동이라는 두 가지가 금지돼왔는데 이번에는 ‘주석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는 세 번째 금기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검열은 철저하기로 이름나 있다. 최근 가석방돼 치료를 받다 숨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사오보는 이름 자체가 검색이 차단당했으며, 심지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RIP’(rest in peace·평화로이 잠드소서)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까지 웨이보에서 차단당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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