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훙치 리무진 차량이 15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서 호텔을 향해 주행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 갈무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외 순방에서 자국산 ‘훙치’ 리무진을 애용하며 국산차 알리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15~21일 파푸아뉴기니·브루나이·필리핀 순방 때 전용기로 공수한 훙치 리무진 차량을 타고 다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파푸아뉴기니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는 훙치가 중국 자본으로 재단장한 공항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붉은 기’라는 뜻의 훙치는 1958년 제일자동차가 생산을 시작한 중국의 첫 국산 승용차이자 고급차 브랜드다. 고위 공직자가 많이 타고, 외국 손님 영접에도 쓰여왔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훙치를 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해 차량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199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면서 고위 공직자들도 외국산 고급차를 찾기 시작했고, 중국 정상도 외국 방문 때는 외국 승용차를 이용했다. 루페이신 전 외교부 예빈사장(의전국장)은 <법제만보> 인터뷰에서 “중국 고위급 방문 때는 대개 상대국에 방탄 차량 제공을 요청하고, 특별 전용차량을 제공할 수 없는 작은 나라인 경우에는 가장 좋고 안전한 차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베이징 모터쇼에서 훙치가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그러나 시 주석이 2012년 공산당 간부들에게 “외국 차량을 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외국 지도자가 자국 리무진에 탑승한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2014년 뉴질랜드 방문 때 처음으로 훙치를 이용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2013년부터 외국에서 훙치를 타고 있다.
시 주석의 ‘훙치 사랑’은 자동차 제조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쑤하오 외교학원 교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중국 차량도 정상급 의전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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