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기차역에서 베이징행 열차를 기다리는 마스크를 쓴 승객의 안면보호용 고글에 뿌옇게 김이 서려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이 진단 기준을 강화하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4배 이상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3일 홍콩대 연구팀이 의학전문지 <랜싯>에 기고한 연구보고서 내용을 따 “지난 2월초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제시한 ‘코로나19 진단·치료기준’ 5차 수정안을 지난해 말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적용할 경우, 지난 2월20일을 기준으로 확진환자는 공식 집계된 확진자 5만5천여명보다 4배 이상 많은 23만2천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진단 기준이 느슨해 확진자 통계가 실제보다 낮게 발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중국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말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이후 달라진 상황에 맞춰 모두 7차례 진단·치료기준을 수정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준이 바뀔 때마다 확진자 규모에 큰 변화가 생겼다”며 “기준이 처음 개정됐을 때 확진자가 7.1배 늘었고, 네번째 개정됐을 때 4.2배 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팀은 지난 2월5일 발표된 진단기준 5차 수정안에 주목했다. 당시 중국 방역당국은 진단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더라도, 발열·기침 등 임상증상을 보이고 폐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폐렴증세가 확인된 이른바 ‘임상진단환자’까지 확진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바뀐 기준이 처음 적용된 2월13일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1만4840명로 집계됐고, 사망자도 2배 이상 늘어난 242명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중국 방역당국은 1주일 남짓 만인 같은 달 19일 기준을 재개정해 임상진단환자를 확진자에서 다시 제외시켰다. “진단검사의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게 이유였지만, 확진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홍콩대 연구팀은 “임상진단환자 외에 경증환자와 무증상 감염자까지 더하면,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진단키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임상진단환자까지 확진자로 분류하는 게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다 정확해 파악하고, 그에 맞게 방역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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