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홍콩 몽콕 지역에 자리한 ‘6·4 박물관’의 한쪽 벽에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당시의 구호가 빼곡히 적혀 있다. 보안법 발효와 함께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가 금지되자, 홍콩 시민들은 백지를 손팻말 삼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발효 1주일 만에 영장 없는 수색 등 경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시행 규칙이 마련됐다. 보안법에 따라 특정 구호가 금지되자 홍콩 시민들은 ‘백지 시위’를 시작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6일 국가안보수호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경찰의 국가안보 관련 수사권을 규정한 홍콩 보안법 43조에 따른 시행규칙을 확정해 7일 발효시켰다고 <홍콩방송> 등이 보도했다.
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보안법은 다른 나라의 국가보안법보다 온건하며, 관대한 법”이라며 “홍콩 보안법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홍콩 정부는 이 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위반자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7개 항으로 이뤄진 홍콩 보안법 시행규칙은 국가안보 관련 사건 증거 수집을 위해 ‘긴급 상황’ 시에 예외적으로 영장 없는 수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도·감청과 비밀 감시 등도 법원의 영장 발부가 아닌 행정장관의 승인만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경찰이 판단한 콘텐츠에 대해선 개인과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거부한 개인은 10만홍콩달러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 업체 대표는 10만홍콩달러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등과 모바일 메신저 앱 와츠앱·텔레그램 등은 홍콩 정부에 이용자 정보 제공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홍콩 시민들은 점심시간 깜짝 시위 등 산발적인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보안법 발효와 함께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가 금지되자 시위대는 이에 대한 항의 뜻으로 ‘백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홍콩 프리프레스>는 “전날 저녁 카오룽반도 퀀통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일부 시위대가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를 손팻말 삼아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의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은 시민 8명이 불법 시위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