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우산혁명’ 주역인 청년활동가 아그네스 초우(24·가운데)가 10일 밤 홍콩보안법 위반(분리독립 선동) 혐의로 홍콩 경찰에 체포돼 집을 나서고 있다. 초우는 조슈아 웡 등과 함께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동안 홍콩 도심 점거시위를 이어간 우산혁명을 주도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한달여 만에 중국에 비판적인 언론 사주와 민주화운동가들이 줄줄이 체포되는 등 홍콩에서 ‘공안 광풍’이 불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중국 당국은 “법에 따른 엄한 처벌”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콩 경찰이 10일 밤 2016년 우산혁명의 주역인 청년활동가 아그네스 초우(24)를 홍콩보안법 위반(분리독립 선동) 혐의로 체포했다고 <홍콩방송>(RTHK)이 11일 보도했다. 초우는 조슈아 웡 등과 함께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동안 홍콩 도심 점거시위를 이어간 ‘우산혁명’을 주도한 바 있다. 초우가 체포되면서 다음 차례는 웡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영국 <아이티브이>(ITV) 프리랜서 기자인 윌슨 리와 청년활동가 앤디 리도 전날 홍콩보안법 위반(외세결탁)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했다. 학생운동 단체인 ‘학민사조’ 출신인 윌슨 리는 지난해 송환법 정국에서 ‘스탠드 위드 홍콩’이란 단체를 만들어 국제연대 활동을 해왔다. 또 앤디 리는 범민주 진영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 때 다국적 선거감시단 활동을 했다.
홍콩 경찰은 이들에 앞서 10일 이른 아침 시민사회 원로이자 중국에 비판적인 <핑궈일보> 창간 사주인 지미 라이와 임원진 등 6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체포한 바 있다. 또 편집국을 포함한 신문사 사옥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벌였다.
홍콩 시민들은 이런 흐름에 맞서 <핑궈일보> 구독 운동과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주식 구매 등으로 연대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미 라이 체포 소식에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라고 비난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쪽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관영매체들은 “현대판 매국노인 지미 라이가 체포돼 홍콩 분리주의 세력이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반겼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 판공실 쪽도 ‘환영성명’을 내어 “외세와 결탁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자들은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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