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9일 타이페이에서 열린 재계 교류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타이페이/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정부가 중국 본토에서 유입되는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갈수록 확대되는 중국 본토의 경제적 영향력을 제한하고, 반도체 등 민감한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1일 “대만 경제부에 딸린 투자심의위원회가 전날 중국 공산당과 정부, 인민해방군과 관련된 개인이나 기업의 대만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투자 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 인민해방군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의 대만 투자도 금지된다”고 전했다. 대만 당국은 지난 17일 중국 본토 국적을 취득했거나 중국 공산당과 정부, 인민해방군 관련 일을 했던 홍콩 시민의 대만 정착을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에 따라, 중국 본토 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한 기업의 대만 투자도 금된다. 홍콩·마카오 등을 경유한 우회 투자에 대한 규제안도 마련됐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올 들어 홍콩 자본의 대만 진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 5월말까지 1억5천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대만 정부는 중국 자본의 우회 투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출처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중국 자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제3국 기업의 대만 투자도 엄격히 제한된다. 중국계 자본의 제3국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이 기업이 대만에 자회사를 설립해 진출하는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투자심의위 당국자는 신문에 “중국 본토 자본이 기존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대만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처”라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중국 자본의 무차별적인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60일 간의 여론수렴 과정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급 적용 규정은 없어 기존에 진출해 있던 중국 자본은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의 대만 지사는 현재 투자심의위의 검토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개정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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