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6일 마스크를 쓴 채 주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교육 당국이 수업 중 사용한 참고자료 내용을 문제 삼아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자격 등록을 취소했다. 홍콩에서 수업 내용을 이유로 교사의 자격이 박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카오룽 반도 얼라이언스 초등학교 소속으로 알려진 해당 교사는 수업 시간에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화 활동가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여준 뒤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 수업은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토론식 수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교육 당국은 5일 성명을 내어 “해당 교사는 고의로 독립 주장을 유포했으며, 일시적인 실수가 아니라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며 “교사가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은 편견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교사가 법적 자문과 조력을 구할 충분한 시간을 줬으며, 학생의 이익과 교직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교사 자격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홍콩 교육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홍콩 독립을 옹호하는 수업을 하면 교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해왔지만, 이를 이유로 실제 교사 등록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홍콩에서는 교사 자격을 갖춘 사람도 교육 당국에 등록을 마쳐야 현직 교사로 활동할 수 있다.
해당 교사의 소속 학교 교장과 교감도 관리·감독 소흘로 징계(견책)을 받았으며, 같은 학교 일부 교사들도 교안·교재와 관련해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교육 당국은 “교사들 가운데 뒤섞여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검은 양’을 계속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극소수 교사가 교직을 이용해 잘못된 주장을 전달하고, 국가와 홍콩 정부에 대해 근거 없이 비난하는 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충분한 조사를 거쳐 해당 교사를 징계했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해당 교사의 등록 취소 효력이 언제까지 지속되는 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재등록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육계 몫 입법위원인 입킨웬 홍콩 교원노조 사무총장은 <홍콩방송>에 “해당 교사는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면서, 홍콩 독립 주장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을 뿐”이라며 “교육 당국의 등록 취소는 불합리한 처사로 교직 사회에 냉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교사는 교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등록 취소 결정에 항소할 예정이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