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핀테크의 선두주자 앤트그룹의 상하이 본사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상하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최대 핀테크(온라인·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기업인 앤트그룹에 대한 제재를 준비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앤트그룹은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 말을 따 “미 국무부는 앤트그룹을 수출금지 대상 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백악관에 제출했다”며 “미국인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중국 당국 쪽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제재 사유”라고 전했다. 통신은 “앤트그룹에 대한 제재 결정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재 플랫폼인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송금·이체는 물론 대출·보험·자산관리까지 다루는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다. 앞서 <블룸버그>도 지난 8일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앤트그룹의 ‘알리페이’와 텐센트(텅쉰)의 ‘위챗페이’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을 불과 3주 앞둔 상황에서 앤트그룹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중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 ‘반중 노선’을 더욱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등 미국산 기술을 사용한 부품 공급이 중단돼 치명타를 입은 화웨이와 달리, 앤트그룹에 대한 제재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엔엔>(CNN) 방송은 “앤트그룹의 해외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며, 전체 매출의 95% 이상이 중국 시장에서 나온다”며 “미국에는 사용자도 거의 없고, 거래도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이뤄져 미국이 제재를 결정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앤트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란 점에서, 실제 제재가 결정되면 미국 투자자들에게 ’위축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앤트그룹이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할 자금 규모는 모두 3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기록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지난 1월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294억달러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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