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9일(현지시각) 국가 정상급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캐나다를 방문한 바이든 당시 미 부통령이 트뤼도 총리와 의회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선생이 이미 당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는 법률과 절차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이해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전문을 보내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 “국제관례에 따를 것”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아직 미 대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 축하 인사를 미루고 있다는 취지다.
지난 7일 대다수 미 언론이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당선자’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독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 대부분이 속속 축하의 뜻을 밝혔다. 9일엔 국가 정상급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바이든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하고 양국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터키, 브라질 등은 여전히 바이든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지 않고 있다. 미 <시엔엔>(CNN) 방송은 “이들 모두 막강한 권력을 지닌 이른바 ‘스트롱맨’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중국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선거 다음날인 그해 11월 9일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불법 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이 시점에서 시 주석이 바이든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면, 중국이 바이든 당선자 편을 들면서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신화> 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가 미 대선 결과에 대해 “미국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했다”고만 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확정 직후 축하 인사를 건넸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푸틴 대통령으로선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 개입 논란을 “적대 행위”로 규정한 바이든 당선자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9일 “선거 결과가 공식 확정될 때까지는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격적인 시리아 철군 결정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시리아 북동부에 진입해 쿠르드족 소탕작전을 벌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바이든 당선자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열대의 트럼프’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각별했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소한 내년 1월20일까지 미국의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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