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밀러 미국 국방장관 권한대행(오른쪽)이 9일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알링턴/로이터 연합뉴스
임기 만료를 불과 70여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미국 국방·안보정책의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 미-중 갈등이 첨예한 지역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국방장관 권한대행으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밀러 대테러센터장은 공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2014년 전역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중시하는 미국에선 전역 뒤 7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국방장관에 임명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밀러 센터장이 상원의 인준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장관 권한대행으로 지명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크리스 머피 미 상원의원은 9일 트위터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의 충격에 빠지고, 백악관 국가안보팀 내부에서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것을 상정하고 움직일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이 홍콩이나 대만 등지에서 모종의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국방위원장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정권 교체기에는 특유의 안보 위협이 존재한다. 조 바이든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까지 경험이 많은 지도부가 군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야 했다”며 “에스퍼 장관 경질로 적대세력이 더욱 대담해지면서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중국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중국 쪽 반응은 전혀 다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중국 내에선 “선거 이후부터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시점까지가 미-중 관계사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높고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퇴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더이상 잃을 게 없다는 점에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지에서 되레 미국이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 1일 전문가의 말을 따 “코로나19 사태만 없었다면 쉽게 승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중국에 물으려 할 것”이라며 “특히 혼란한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해 충돌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어 신문은 “중국 지도부는 내년 1월20일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 때까지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나 충돌 상황을 피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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