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 2018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연설을 했을 때의 모습. EPA 연합뉴스
중국 금융 감독 당국이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인터넷·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계열사인 앤트그룹에 대한 두 번째 예약면담(웨탄)을 진행했다. ‘본업에 충실하라’는 당국의 지적이 나옴에 따라 앤트그룹의 사업 영역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관영 <신화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금융 감독 당국은 26일 앤트그룹에 대한 연합 예약면담을 진행했다. 예약면담은 중국에서 주로 상부 기관이 하부기관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다.
앞서 이들 4대 금융 감독 당국은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동시 상장을 코앞에 둔 지난달 2일에도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을 비롯한 앤트그룹 최고 경영진 3명을 불러 예약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면담 직후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됐던 앤트그룹의 상장 절차는 전격 중단됐다.
이번 면담은 지난달 면담과 몇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 1차 면담의 소집 주체는 ‘4개 금융관리 부문’이었지만, 이번엔 ‘4개 금융관리 부문 등’으로 바뀌었다. 둘째, 앤트그룹 쪽에서 누가 불려왔는지가 공개되지 않았다. 셋째, 1차 면담은 ‘감독관리 면담’이었는데, 2차 면담은 ‘연합 면담’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텅쉰망>은 “1차 면담은 앤트그룹은 물론 핀테크 시장 전반에 대해 감독관리 당국의 결심과 의지를 밝히는 일종의 ‘사상공작’적 측면이 강했다”며 “반면 2차 면담은 4개 금융감독 당국보다 하위에 있는 정책 집행기관까지 참여해 당국의 구체적인 시정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실무 위주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인민은행 쪽은 27일 판궁성 부총재(부행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낸 보도자료에서 “앤트그룹은 법률 준수 의지가 부족하고, 당국의 규제를 경시했다”며 ”기업의 발전은 국가 발전의 큰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공정한 경쟁과 금융 시장의 질서를 파괴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불(모바일 결제)이라는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고, 규정을 위반한 대출이나 보험·재테크 등 금융상품 판매를 엄격히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모바일 결제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 형태로 복귀하라는 뜻이다.
문제는 앤트그룹의 주력이 모바일 결제에서 금융 서비스 쪽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로 시작한 앤트그룹은 2011년엔 계열 분리 이후 결제·송금·이체는 물론 대출·보험·자산관리까지 다루는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앤트그룹의 공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8% 성장한 725억위안(약 12조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가 차지한 비중은 36% 남짓에 그친 반면, 기타 금융서비스를 통한 매출이 63%를 넘어섰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는 금융관리 당국의 요구가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로이터> 통신은 “앤트그룹의 해체를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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