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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홍콩, 새해 벽두부터 공안광풍

등록 2021-01-06 16:46수정 2021-01-07 02:33

범민주파 정치인·활동가 53명 무더기 체포
지난해 7월 입법회 후보 경선 실시 빌미
홍콩보안법 위반(체제전복) 혐의
“입법회 장악해 홍콩 정부 마비 시도”
홍콩 시민사회의 전략가로 통하는 베니 타이 전 홍콩대 법대 교수(가운데)가 6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차량으로 호송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시민사회의 전략가로 통하는 베니 타이 전 홍콩대 법대 교수(가운데)가 6일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차량으로 호송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범민주파 정치인과 시민사회 활동가 등 50여명을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체포했다. 지난해 6월30일 홍콩보안법 발효 이후 최대 규모다.

6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우치와이 전 민주당 주석과 앨빈 융 공민당 주석 등 전직 입법의원 13명과 샘 청·앤디 추이 등 현직 구의원 21명을 전격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홍콩 시민사회가 실시한 범민주파 입법의원 후보 경선을 주도한 혐의(체제전복)를 받고 있다. 오웬 초우·귀네스 호 등 당시 경선에 참여했던 입법의원 후보자 13명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범민주파가 입법회(70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기 위해선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이른바 ‘35+ 운동’을 주창했던 홍콩 시민사회 전략가인 베니 타이 전 홍콩대 교수(법학)도 체포했다. 당시 경선의 실무를 맡았던 여론조사 전문가 로버트 청과 홍콩 시민사회·범민주 진영의 선거 대책기구인 ‘민주동력’의 회계 책임자인 미국인 변호사 존 클랜시도 체포됐다. 경찰 쪽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러 “1천여명 동원해 72곳 수색했으며, 23살~64살 남성 45명과 여성 8명 등 모두 53명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시민사회는 지난 9월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범민주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지난 7월11~12일 자체 경선을 실시했다. 범민주 진영은 경선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이루면, 입법회 선거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해 대정부 견제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홍콩과 중국 당국은 경선에 대해 “선거조작 시도이자 기본법과 홍콩보안법에 대한 도전”이라며 “입법회 장악을 통해 정부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에릭 창 정제·내지사무국장은 당시 “입법회 과반의석을 얻은 뒤 정부 예산안을 부결시키거나, 정부 업무를 마비시켜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게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건 후보자는 홍콩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경선에는 홍콩 등록 유권자의 13.62%에 이르는 60만6천여명이 참여했으며, 홍콩 당국은 보름 남짓 뒤에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시켰다. 정치 평론가 청킴와는 <홍콩방송>(RTHK)에 “무차별적 체포는 정부가 꼬투리만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민들에게 보내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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