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4일 국무부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져보는 가운데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미-중 간 첫 고위급 접촉에서 양쪽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미-중이 현격한 입장차만 재확인한 셈이어서, 양국 간 경색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전화통화를 하고 “미국은 신장과 티베트(시짱), 홍콩의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양국 간 최고위급 접촉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에는 아직 직접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따로 자료를 내어 블링컨 장관이 양 정치국원에게 “대만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국의 행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동맹국과 함께 규범에 기초한 국제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중국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버마(미얀마)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중국도 동참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 쪽도 ‘원칙’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 정치국원이 이날 통화에서 “현재 미-중 관계는 관건적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중국은 미국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과 충돌하거나 대항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에 초점을 맞춰 차이를 줄이고, 중-미 관계의 건강한 발전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양국의 서로의 핵심 이익과 스스로 선택한 정치제도와 발전경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며,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자,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홍콩과 신장, 시짱 등의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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