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 미 국무부 누리집 갈무리.
미국이 중국의 공세로부터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전략적으로 불리한 선택이라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지적이 나왔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일정한 수준에서 현상을 유지하는 게 미-중 양쪽에 최선이란 얘기다.
5일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아우르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이 신문이 워싱턴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미국이 명시적으로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는 이른바 ‘전략적 명확성’은 상당히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은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대만의 일방적 독립 선언과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차단하기 위한 이른바 ‘이중 억지’에 바탕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미 정치권 안팎에선 중국의 무력 침공 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는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시점에 만들어진 ‘전략적 모호성’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일부에선 ‘전략적 명확성’을 공표하면, 원치않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반박한다. 신문은 외교안보 전문가의 말을 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경은 중국에겐 기존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비춰질 것”이라며 “미국이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 할 것이란 중국의 인식을 강화시켜, 중국이 공세적으로 미국에 맞서게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캠벨 조정관은 대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서게 되면, 단순한 ‘국지적 충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중 충돌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세계 경제를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중 양국군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상황에서 실질적인 중단기적 위험은 사고나 오판에 따른 충돌”이라며 “이를 피하기 위해 양국 간 신뢰구축이 중요하며, 위기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외교와 군사적 혁신, 미국의 자체 능력에 바탕한 확고한 메시지를 중국 지도부에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이 야심차고 위험천만한 도발 행위를 시도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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