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키리바시 타네티 마마우 대통령 겸 외교장관(왼쪽)이 지난해 1월6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가 중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낡은 활주로 개선 사업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키리바시의 지정학적 위치 탓이다.
21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보도를 종합하면, 키리바시 정부는 최근 칸톤섬에 있는 2km 규모의 활주로 개선 사업에 나섰다. 칸톤섬 주민은 수십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리바시 정부 쪽은 최근 성명을 내어 “활주로 개선 사업을 통해 고품격, 틈새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량될 활주로가 민간용이란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키리바시 정부가 지난해 초 중국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점을 들어, 활주로 개선 사업이 이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키리바시는 2019년 9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33개 섬으로 이뤄진 키리바시는 인구가 12만여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동-서-남-북반구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육지면적은 811㎢에 그쳐 세계 172위 수준이지만, 바다면적이 미국 본토와 맞먹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 키리바시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은 344만1810㎢로 세계 12위권이다.
칸톤섬 활주로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당 활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장거리 폭격기와 수송기 등이 이용했다. 이후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지만, 재정비를 한다면 장거리 비행을 위한 ‘움직이지 않는 항공모함’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칸톤섬은 미국 하와이에서 서남쪽으로 3천㎞가량 떨어져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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