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 및 총리 후보가 지난 1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열린 아스토르 필름 라운지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차기 집권이 유력시되던 독일 녹색당이 아날레나 베어보크 대표의 표절 논란 등 잇단 악재에 지지율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녹색당은 여론조사 회사 ‘인사’가 6일 발표한 각 정당 지지율에서 18%를 얻어, 29%로 1위를 차지한 집권 기민련(기민당-기사당 연합)에 11%포인트가 뒤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도 좌파의 녹색당은 지난 4월 후반 20% 후반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기민련에 앞서는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5월 하순부터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해 기민련과 선두 다툼을 벌이다가, 6월 들어서는 20%대 초반에 머물며 기민련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베어보크 대표는 당내 경쟁자인 로베르트 하베크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일간 <아우크스부르커 알게마이너>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1%는 하베크가 총리 후보로 선출돼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베어보크가 적절한 후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24%에 그쳤다.
녹색당과 베어보크의 지지율 하락은 총리 후보인 베어보크의 잇단 실수에 더해, 녹색당을 견제하려는 보수적 유권자들의 결집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어보크는 토론회 등에서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해, 녹색당 특유의 정책선거에 구멍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자화자찬식 토론은 세부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완벽주의 이미지를 자아냈는데, 최근 그의 경력과 저술 등에서 문제가 드러나면서 그 이미지마저 망가지고 있다고 <가디언>이 독일 정치평론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베어보크는 특히, 최근 자신의 총리 출사표격인 저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우리 나라를 새롭게 할 수 있나>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표절 논란을 처음으로 제기한 오스트리아의 미디어 감시 누리집 <표절감정>은 베어보크의 책이 논문이 아니라 학문적인 검증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윤리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언론들은 베어보크의 표절 논란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베어보크 책의 몇몇 구절이 출판된 다른 책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베어보크는 지난 3일 회견에서 자신에게 제기되는 표절 논란에 대해 “아무도 혼자서 책을 쓰지 않는다”며 “공개된 출처에서 사실들을 사용했다는 것을 잘 의식하고 있고, 이 책은 전문가의 참조 문헌이 아니어서 각주가 없다”고 해명했다.
녹색당도 베어보크를 적극 방어하고 있다. 당 대변인은 표절 논란이 “개성에 대해 저격”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독일의 권위지 <디 차이트>는 “선거운동이 격렬해질 것이고, 대중들은 녹색당이 실수하는 것을 기다려 줄 수 없다는 것이 최근 몇달 동안 명백해졌다”며 “더 놀라운 것은 녹색당이 실수를 쉽게 피할 수 있는 지점에서 실수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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