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9일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자국 장병들을 만나고 있다. 사울리아이/EPA 연합뉴스
‘고기 덜 먹기’ 캠페인이 스페인 정부 각료들 사이의 논란으로 번졌다고 <비비시>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의 알베르토 가르존 소비부 장관은 이번 주 ‘고기를 덜 먹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가르존 장관은 트위터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도 안 좋고 지구에도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에 대해 루이스 플라나스 농업부 장관이 지역 방송에 출연해, 스페인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육류업체에 “부당한” 캠페인이라고 반박했다.
육류업체 연합 6곳도 가르존 장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항의했다. 육류업체들은 가르존 장관이 스페인에 일자리 250만개를 제공하고 90억 유로(12조 원)를 수출하는 산업을 모욕했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자, 가르존 장관은 국영 방송에 출연해 캠페인의 의도가 오해를 사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고기를 먹지 말자는 게 아니라 한 주에 200~500그램 사이의 육류를 섭취하라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따르자는 게 캠페인의 진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페인 사람들의 일주일 평균 육류 섭취량은 1킬로그램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에 대해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육식론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리투아니아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이번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스테이크는 ‘참을 수 없는’ 맛”이라고 말했다.
갈등은 스페인 연립정권 내부의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도 드러내고 있다. 플라나스 농업부 장관은 산체스 총리와 함께 ‘사회당’ 출신으로, 이들은 일부 시골 지역과 전통 노동계급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가르존 소비부 장관은 좌파인 ‘우니다스 포데모스’ 출신으로, 젊은층과 도시 진보적 유권자를 지지층으로 삼고 있다.
고기 소비 문제는 이웃나라 프랑스에서도 논쟁적인 주제다. 프랑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리용의 시장이 학교 급식에서 육류를 제외하자 이를 맹비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위해 가공육을 포함한 육류의 소비를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축산 과정의 탄소 배출은 기후변화의 유력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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