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여성이 “다음은 누구냐”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시위는 성소수자 행진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방송국 카메라맨이 폭행당한 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벌어졌다. 트빌리시/AFP 연합뉴스
동유럽 조지아에서 성소수자 행사를 취재하려던 방송국 카메라맨이 혐오 세력에게 폭행을 당한 뒤 숨져, 진상 규명과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에이피>(AP) 통신 등을 보면, 11일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회 앞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방송국 카메라맨 알렉산드레 라슈카라바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라클리 가리바슈빌리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앞서 이날 오전 라슈카라바는 자택에서 숨진 채 어머니에게 발견됐다.
라슈카라바는 지난 5일 성소수자(LGBT) 행진을 취재하려다 행사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날 트빌리시에서는 엘지비티 프라이드 행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주최 쪽이 안전상 우려로 취소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에 따르면, 라슈카라바는 20여명에게 구타당해 중상을 입었고 병원에 입원했으나 이후 퇴원했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 50여명도 엘지비티 행진을 반대한다며 거리로 나온 이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조지아 내무부 장관은 이날 라슈카라바 사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짧은 성명을 냈다.
조지아는 보수적인 나라일 뿐 아니라 가리바슈빌리 총리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을 표출해왔다. 그는 성소수자 프라이드 행진에 대해 “조지아 사회 다수 부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사망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의회 앞으로 나온 시위대는 가리바슈빌리 총리의 이런 태도가 폭력 사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가리바슈빌리 총리는 이번 언론인 사망 사건에 대해 비극적 사태라며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성소수자 행진은 축출당한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이 이끄는 급진 반대 세력에 의해 조직됐다”고 주장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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