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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럽

석유 부국 노르웨이 총선, 석유시대 종말 앞당기나

등록 :2021-09-14 11:34수정 :2021-09-15 02:31

13일 총선으로 중도좌파 노동당 집권 앞둬
북유럽 5국 62년 만에 모두 중도좌파 집권
석유 시추·생산 지속 여부 핵심 쟁점 부상
녹색당은 “당장 석유 시추 중단” 내걸어
‘녹색정당’ 연정 참여 탈석유 가속 전망
13일 노르웨이 총선 결과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오른쪽 둘째)가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오슬로/AP 연합뉴스
13일 노르웨이 총선 결과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오른쪽 둘째)가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오슬로/AP 연합뉴스
노르웨이 총선에서 중도좌파가 보수당의 8년 집권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선거는 주요 산유국인 노르웨이에서 석유 시추와 생산 중단을 큰 쟁점으로 삼아 치러진 최초의 ‘기후 선거’라는 점에서도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선거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레(61)가 이끄는 중도좌파 노동당이 에르나 솔베르그(60) 총리의 보수당을 눌렀다고 보도했다. 노동당-중도당-사회좌파당 연합은 의석 169석 중 100석을 확보했다.

2013년 이후 최장수 총리로 재임해온 솔베르그는 빈부 격차 확대와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반발로 집권 연장에 실패했다. 이로써 1959년 이후 처음으로 북유럽 5개국(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 모두가 중도좌파 정부를 갖게 됐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스퇴레 노동당 대표는 “노르웨이인들은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북해의 노르웨이 석유 생산 시설. AP 연합뉴스
북해의 노르웨이 석유 생산 시설. AP 연합뉴스
이번 선거전에선 경제적 불평등과 함께 석유 시추·생산 중단 여부와 일정이 핵심 쟁점이었다. 인구가 530만명에 불과한 노르웨이의 총선이 국제적 관심을 끈 이유다. 유엔이 8월에 발표한 ‘지구 온난화의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이라는 보고서가 유권자들을 자극하면서 ‘녹색 정당들’이 호응을 얻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르웨이인들의 35%가 석유 생산 중단을 원한다고 했다.

선거가 ‘기후 총선’ 양상을 띠며 전개되자 정당들은 각기 다른 인식과 해법을 내놨다.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은 경제적 충격파를 고려해 석유 시추·생산을 점진적으로 줄이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녹색당은 2035년까지 석유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사회좌파당도 시추·생산 중단을 위한 급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르웨이인들이 화석연료에 대해 가진 이중성이 논쟁을 키웠다. 북해의 석유와 천연가스는 이 나라를 세계적 부국으로 만들었다. 세계 15위 산유국 노르웨이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출의 40% 이상을 석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한다. 정부 세입의 14%도 석유 산업에서 나온다. 일자리 16만개가 이 산업에 달렸다. 석유 업체와 로비스트들은 중동 등 다른 산유국들보다 노르웨이의 생산 시설은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 세계와 미래 세대에 책임을 지자는 여론이 만만찮다. 국내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아지고 정책도 이를 뒷받침하는데 밖으로는 화석연료 수출에 힘쓰는 아이러니에 대한 지적이 커졌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가운데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71.9%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이웃 나라 덴마크는 신규 석유 시추를 중단하고 2050년까지는 생산마저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선거로 노동당은 제1당으로 부상했으나 당 자체 득표율은 20% 후반대로 50석 미만을 건질 것으로 보인다. 스퇴레 대표는 선거에서 연대한 중도당이나 사회좌파당 외에도 문호를 열겠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앞서 석유 시추를 당장 중단한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중도좌파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력한 연정 파트너인 사회좌파당도 석유 산업 폐지에 대한 의지가 녹색당 못지않다. 자유당이나 적색당도 석유 산업에 부정적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는 ‘반석유 정당’의 입김이 상당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뉴스>는 “노르웨이 선거는 솔베르그 총리의 최후일 뿐 아니라 이 나라 석유 시추의 종말일 수 있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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