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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방역 위반’ 속여 여성 납치·살해 영 경찰관 종신형

등록 2021-09-30 22:52수정 2021-09-30 23:21

미국대사관 경비 담당 런던 경찰관
치밀하게 준비해 귀갓길 여성 납치
만연한 ‘여성 살해’에 여론 분노
웨인 커즌스.
웨인 커즌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했다고 속여 여성을 납치·성폭행하고 살해해 영국 여론을 들끓게 한 경찰관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영국에서 여성 살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다.

<비비시>(BBC) 방송은 길거리에서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주검에 불을 질러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웨인 커즌스(48)에게 법원이 감형을 허용하지 않는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과 의회 경비 담당 경찰관인 커즌스는 지난 3월3일 런던 남부 길거리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밤 9시30분께 친구 집 방문을 마치고 귀가하던 세라 에버라드(33)를 발견했다. 커즌스는 12시간짜리 대사관 경비 업무를 마친 뒤였다. 커즌스는 경찰관 신분증을 들이대며 ‘방역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갑을 채우고 에버라드를 차에 태웠다. 자신이 사는 켄트로 이동한 커즌스는 이튿날 새벽 한적한 시골 지역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커즌스의 범행은 그 자체의 끔찍함뿐 아니라 치밀한 준비, 범행을 숨기기 위한 교활함, 범행 이후의 뻔뻔한 행동으로 여론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경찰은 법정에서, 그가 범행 한 달 전부터 거주지 켄트와 런던을 오가며 완전범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차를 빌리고, 차량 시트에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접착 필름을 사고, 밤길에 혼자 있는 여성을 목표로 삼았다. 경찰은 그가 코로나19 방역 순찰에 관한 지식을 활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납치할 당시 한 부부가 이를 목격했지만 잠복근무를 하는 경찰관으로 오해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에버라드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수색 작업이 진행되자, 커즌스는 범행 다음날 석유를 붓고 주검을 불살랐다. 이어 유해를 봉투에 담아 자신이 소유한 숲과 가까운 연못에 버렸다. 범행 후 커즌스는 일상으로 복귀했고,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피해자 주검을 태운 숲을 산책하기도 했다.

1주일 뒤 커즌스가 주검을 버린 장소 주변 개울에서 유해의 일부가 발견되면서 수사망이 좁혀왔다.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그는 몇주 전 성매매 여성에게 돈을 적게 줬더니 동유럽 갱들이 찾아와 ‘다른 여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에버라드를 납치해 건네줬으며, 그 이후는 모른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커즌스의 소유지로부터 130미터 떨어진 연못에서 피해자 주검이 발견된 이후 그는 기소됐다.

커즌스는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법원은 “충격적이며, 비극적이고, 너무나 잔인한” 범죄라며 종신형을 선고했다. 선고 법정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고개를 처박은 커즌스에게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라면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시엔엔>(CNN)은 영국에서 올해 6월 현재 종신형을 선고받은 7천여명 중 감형이 불가한 이들이 60명이라며, 법원이 이 범죄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영국에서 여성 살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촉발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17일에도 런던 남부에서 길을 가던 20대 초등학교 여교사가 30대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영국 경찰 집계로, 2019년 3월 이후 지난해까지 살해당한 여성이 200명이 넘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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