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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덴마크 총리 ‘기댈 언덕’ 있어 강경

등록 2006-02-12 19:28수정 2006-02-12 23:51

<b>“이슬람의 목소리에 귀를”</b> 11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시위대들이 ‘선동과 이슬람혐오증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무슬림위원회가 주도한 이 집회는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항의하면서도 폭력 시위가 아닌 온건파 무슬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번 주말에도 영국,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등에서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런던/AFP 연합
“이슬람의 목소리에 귀를” 11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시위대들이 ‘선동과 이슬람혐오증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무슬림위원회가 주도한 이 집회는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항의하면서도 폭력 시위가 아닌 온건파 무슬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번 주말에도 영국,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등에서 마호메트 풍자만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런던/AFP 연합
‘마호메트 만화 항의’ 인니 등서 자국민 철수령
사민주의 급변…무슬림 이민제한 등 국민 지지율 50%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53·?5c사진) 덴마크 총리가 ‘뜨거운 2월’을 보내고 있다.

덴마크 일간지가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무함마드) 풍자 만화를 실은 뒤 중동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서 항의시위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라스무센 총리는 각국 정부, 언론과 잇따라 접촉해 진화에 나서면서도, 만평 게재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12일 인도네시아에서 덴마크인을 겨냥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자국인 철수령을 내렸고, 인도네시아와 이란, 시리아의 대사관을 잠정 폐쇄해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 중동 국가들에서 계속되고 있는 덴마크 제품 불매운동으로 덴마크 기업들은 수천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위기 속에서도 정작 덴마크 국내에선 라스무센 총리의 지지율이 조금도 떨어지지 않고 줄곧 50%를 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덴마크인들의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총리의 이민제한 정책에 대한 강력한 지지가 그 배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540만 덴마크 인구 중 이슬람권 이민자가 20만명에 이르게 되자, 덴마크인들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사회 외곽에서 국가보조금을 받아 살면서 사회적 화합을 위협한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9·11 동시테러 등을 계기로 네덜란드·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무슬림 정서, 사회적 긴장과 같은 흐름이다.

중도우파 연정을 이끌고 있는 라스무센 총리는 2001년 이민자 문제 해결을 내걸고 당선됐으며, 극우 정당인 덴마크인민당과 협력하면서 강력한 이민제한법을 통과시켰다. 새 이민법은 덴마크인들이 유럽연합 밖에서 배우자를 데려오는 것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이는 주로 터키와 이라크, 레바논계 등 중동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 법은 덴마크인과 결혼하는 외국인은 24살 이상이어야 하고, 경제적 능력, 덴마크와의 관계를 증명해야 하며, 주택도 미리 임대하도록 요구한다.

최근 법 시행으로 이민자 수가 급감하면서 이민자들의 반발도 심해졌다. 그러나 라스무센 총리가 지난해 재선된 데서 보듯 대다수 덴마크인들은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런 보수적 분위기가 마호메트 풍자 만화 사태로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민주의와 진보, 관용으로 유명했던 덴마크 사회가 급격하게 우경화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코펜하겐 등 도시보다 훨씬 보수적인 농업지대 유틀란트에서 농부의 아들로 자랐다. 자유분방한 보통 덴마크인과는 달리 “20대까지 키스도 안 해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친구도 없이 일찌감치 정치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온 ‘괴짜’ 이미지도 갖고 있다. 많은 덴마크인들은 오히려 이를 ‘순수한 덴마크’를 지켜줄 강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여긴다.


비판자들은 라스무센 총리가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해 만평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지난 9월 만평이 처음 실리자 이슬람권 대사 11명은 총리 면담을 요구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미 덴마크군의 이라크 파병으로 중동에서 반발이 일고 있는 상태에서 “표현의 자유”만 내세우며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도 나온다. 덴마크 일간 <폴리티켄>의 토게르 세이덴파덴 편집장은 <인디펜던트>에 “이번 사태에는 덴마크 사회의 외국인혐오증과 이슬람혐오증이 반영돼 있다”며 “라스무센 총리는 외교를 통해 풀 수 있었는데도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사진 로이터 연합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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