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부부를 강제로 분리시켰다고 혐의의 탄핵심판에서 60일 형을 선고받은 잉게르 스퇴베르 전 덴마크 이민부 장관. 지난 9월2일 자신의 탄핵심판을 놓고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덴마크 전직 장관이 이민자 부부를 강제로 뗴어놓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60일 형을 선고받았다.
덴마크 대법원의 탄핵재판부는 13일(현지시각) 잉게르 스퇴베르 전 이민부 장관에 대해 60일 형을 선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잉게르 스퇴베르가 장관직무법을 고의적으로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민자 부부들에 대한 강제적인 분리 격리 조처가 개별 부부들에 대한 고려없이 진행돼서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민부장관을 지낸 스퇴베르는 2016년에 18살 이하 미성년자가 포함된 이민자 부부 23쌍을 강제로 분리하는 조처를 취했다. 강제로 분리된 부부 가운데에는 당시 17살이었던 리마즈 알카얄과 26살 남편 알누르 알완이 있었다. 이들은 시리아 출신이었다.
이 조처가 유럽인권헌장을 위배했다는 혐의로 스퇴베르에 대한 탄핵심판이 청구됐다. 이번 탄핵심판은 덴마크에서 30년만에 처음이고, 사상 6번째였다. 그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덴마크에서 6개월 이하 징역은 전자감시형에 처할 수도 있다. 그가 교도소에서 복역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선고에 대해 스퇴베르는 자신은 아동결혼을 막으려는 정책을 추진했다며, 이번 선고는 덴마크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나만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덴마크의 가치들이 패배했다”며 자신의 정책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쪽은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국민당이 참여한 중도우파 정부의 이민부장관으로서 이민을 제한하는 강경책을 주도했다. 특히, 그는 2016년 2월 18살 이하인 경우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배우자와 같이 지낼 수 없다며 강제 격리를 명령했다. 이 조처는 몇달 뒤 철회됐으나, 논란이 지속됐다.
스퇴베르는 지난 2월 의회가 그를 탄핵하자 자신이 속한 정당인 벤스터 부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이번 판결로 그는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으나, 우파 진영에서는 그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 덴마크국민당 쪽은 이날 선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스퇴베르의 강제 분리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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