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올겨울 날씨 속에 공화국궁전 앞에서 철거반대 시위를 벌이는 동독주민들.
마르크스와 엘겔스 동상 뒤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이 1950년 지은 공화국 궁전이다.
베를린성 복원 위해…“동독도 역사” 반대 시위도
동독 사회주의의 상징이던 ‘팔라스트 데어 레푸블릭’(공화국 궁전)의 철거작업이 이달 초 시작됐다. 겨울 내내 강추위를 무릅쓰고 철거반대 시위를 벌였던 활동가들은 눈물을 머금고 철거를 바라봐야 했다.
독일연방의회가 공화국 궁전을 철거하고 원래 있던 베를린 성을 복원하는 안을 통과시킨 것은 지난 2003년. 철거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거세지자, 녹색당과 좌파당은 궁전 철거를 재고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연방의회는 지난달 이 안을 표결에 붙였지만 부결됐고, 철거작업은 강행됐다. 그러나 5억9천만 유로가 들어갈 복원 작업은 재정부족으로 상당기간 지체가 불가피하다.
독일제국의 영광을 상징하는 베를린성의 재건은 통독 이후 논쟁거리였다. 통일수도로서 베를린의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성을 재건하자는 주장은 많은 베를린 시민들의 동조를 얻었다. 그러나 동독인들은 “프로이센 시대의 역사가 중요한 만큼 옛 동독의 역사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철거에 반대했다. 좌파당의 그레고르 기지 당수는 “공화국 궁전을 지키고자 하는 동독인들은 또 다시 패배자”라고 개탄했다. 그는 “철거는 연방의회가 옛 프로이센 성을 이데올로기 이유로 폭파시켰던 당시 동독공산당의 사고와 다를 바 없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유리와 철골로 된 공화국 궁전은 동독 최고 지도자였던 에리히 호네커의 이름을 따 동독민 사이에서 ‘에리히의 전등가게’라고 불렸다. 1950년 베를린성을 폭파한 자리에 1976년 건축된 공화국 궁전은 동독의 의회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극장, 어린이 행사가 열리는 무대, 볼링장, 사우나까지 갖춘 다용도 문화회관으로 이용됐다. 통일 후 폐쇄됐다 2001년 다시 개방됐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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