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절반가량 스탈린 지지
옛 소련의 철권통치자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은 사후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러시아인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모양이다. 오는 25일 니키타 흐루쇼프(1894~1971) 당 제1서기의 스탈린 격하 연설 50주년을 앞두고 <모스크바타임스>는 23일 스탈린에 대해 러시아인들이 애증이 교차하는 모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태도는 국영 여론조사기관이 지난해부터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한 조사에서 러시아인 50%는 나치를 물리친 스탈린에게 지지를 보냈고,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가 스탈린의 피의 숙청은 나쁜 일이라고 응답했다. 또다른 조사에서는 52%가 스탈린 같은 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면서도 42%는 ‘제2의 스탈린’을 갈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흐루쇼프가 1956년 20차 소련공산당대회에서 ‘비공개’로 한 충격적인 연설은 그의 집권 8년 동안, 그리고 후임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의 통치 10년 동안 공식언론 매체에 보도되지 않았다. 당시 연설문은 ‘출판 불가’라는 도장이 찍혀 이를 담은 20쪽의 소책자는 열람 뒤 수거됐고, 토론과 질문도 불가능했을 만큼 금기사항이었다. 스탈린 주검은 크렘린 벽에 다른 서기장들과 나란히 묻혀 있지만, 64년 실각한 흐루쇼프의 주검은 따로 일반인 묘지에 있는 것도 그 방증이다.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유리 레바다 소장은 “흐루쇼프의 해빙과 고르비의 페레스트로이카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러시아는 스탈린을 제대로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 열린 한 토론회에서 “20차 전당대회는 페레스트로이카의 길을 닦았다”고 평가한 고르바초프 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구시대로 복귀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러시아는 현재 교차로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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