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서 부상한 아르메니아 병사의 가족들이 14일(현지시각) 수도 예레반의 군 병원에 모여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예레반/AFP 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교전 이틀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아르멘 그리고리안 아르메니아의 안보전보장협의회 비서는 14일(현지시각) 밤 현지 방송에 출연해 “두 나라 사이의 휴전이 이날 오후 8시부터 발효됐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교전으로 양쪽에서 모두 155명이 숨졌다.
옛 소련에 속해 있던 두 나라는 1980년대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겪었다. 아제르바이잔에 둘러싸인 이 지역은 아르메니아인이 다수 거주하지만, 소련 시절부터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돼 왔다. 1991년 말 소련이 해체되자, 이 지역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인은 독립을 선포하고 아르메니아와의 합병을 추진했다.
그에 따라 전쟁이 벌어졌다. 1994년 끝난 전쟁에선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넘어 주변 아제르바이잔 영토까지 점령하는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2020년 9월 재발한 전쟁에선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아르차흐 공화국)의 수도인 스테파나케르트를 제외한 주요 지역 대부분을 탈환했다.
이번 교전에 대해 두 나라는 상대방이 먼저 도발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전체적인 전세로 보면 아제르바이잔이 공세를 주도했고, 아르메니아가 수세였다.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의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이 이번 전투가 시작된 이래 아르메니아 영토를 10㎢ 점령했다”며 우호조약을 맺고 있는 러시아와 옛소련 출신 6개국의 안보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사 병력 수에서도 아르메니아군이 105명으로 아제르바이잔군(50명)보다 많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영토를 두고 분쟁 중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한겨레TV
이번 전투의 배경에 대해선 아르메니아의 후원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이 묶인 사이 아제르바이잔이 군사 공세를 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전문가인 세르게이 마르케도노프는 “아제르바이잔이 자신들이 원하는 외교적 결정을 강요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했다”며 러시아가 아르메니아를 지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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