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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시진핑 3연임 직후 독일 총리 방중에…독일 정치권 ‘시끌’

등록 2022-11-04 18:40수정 2022-11-04 19:39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4일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 독일 내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고 2주가 되지 않은 시점에 유럽연합(EU)의 중심국인 독일 정상이 방중하는 것에 경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독일 정부가 이번 방중 계획을 공개한 것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각)이었다. 이 발표는 독일 정부가 중국 국영 해운사의 함부르크 항만 터미널 투자를 승인하는 문제와 맞물려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구 주요국들은 자신들과 맞서는 두개의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외교를 해왔다. 먼저, 미국과 유럽연합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게 가혹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에 맞서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줄이자, 유럽에선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시작됐다. 독일에선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자성이 시작됐다.

그와 함께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며 중국을 보는 시선도 냉담해졌다. 중국은 러시아의 침공에 찬성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않고 있다. 또 신장·홍콩·대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노골적으로 억압하는 모습을 보이며 서구 사회에 큰 충격을 남겼다. 독일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해온 ‘균형 외교’에 대한 회의론이 강해졌다.

이런 유럽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움직임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지난 6월 말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새 ‘전략개념’이었다. 나토는 이 문서에서 1949년 창설 이후 처음 중국을 언급하며 “중국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제기하는 ‘체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중국 기업의 대형 투자를 받아들이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자 ‘그래도 되느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반대 의견은 숄츠 총리(사회민주당)와 ‘신호등 연정’을 꾸린 녹색당과 자유민주당에서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펠릭스 바나샤크 연방의회 의원(녹색당)은 숄츠 총리가 취한 일련의 움직임은 “독일이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확장, 강화하길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잔 지흐 자하이 자민당 사무총장(연방의회 의원)도 “총리의 방중 시점이 아주 불행하다고 본다”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 전략이 필요하다. 독일은 더 러시아 정책에서 확인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지만 동시에 체계적 경쟁자(systemic rival)”라며 “(독-중 관계에 있어) ‘전환점’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 “순진하다”고 했다.

1일엔 외교장관인 아날레나 베어보크가 직접 나섰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방문 중에 “(총리가) 연정 합의에서 우리가 함께 내린 메시지를 중국에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 협력의 토대가 되는 공정한 경쟁, 인권, 국제법 인정의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 당은 지난해 11월24일 연정 합의문을 내어 미국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독일의 대중 의존을 낮추기로 한 바 있다.

숄츠 총리의 방중에 명분이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4일 ‘총리 중국 방문의 좋은 점’이라는 편집장 칼럼에서 총리 방문의 결과와 관련해 “숄츠 총리가 시 주석과 러시아에 관해서 논의한다.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누그러뜨리도록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방중단에 독일 제약회사인 비오테크의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한 사실도 언급했다.

현재 독일은 중국의 가장 큰 교역국이고, 독-중 관계엔 100만개 넘는 일자리가 엮여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 그룹은 총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에서 팔고, 화학 기업 바스프(BASF)는 중국 남부에 발전소를 새로 건설했다. 독일 경제·산업계에선 중국 원자재에 큰 의존을 하는 독일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경제적으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할 경우 경제적·전략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숄츠 총리도 이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기고문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원치 않는다”며 “변화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경제무역 상대”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방중을 보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현명하게 다각화를 해 일방적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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