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건너온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구조선 휴머니티1호에 탄 채 갑판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AP 연합뉴스
극우 정당 ‘이탈리아 형제들’(Fdl)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 취임 뒤 처음으로 이주민 구조선 탑승자 중 아동과 여성 그리고 부상자 등 취약자로 분류된 140여명에 대해 하선을 허용했다.
6일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독일 구호단체 ‘에스오에스(SOS) 휴머니티’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휴머니티1’호를 타고 지중해를 표류하던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179명 중 아동과 여성 그리고 부상자 등 이탈리아 정부가 취약자로 분류한 이들 144명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 항구에서 배에서 내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휴머니티1호에 타고 있던 성인 남성 약 35명은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이유로 하선을 거부하고, 배는 카타니아 항구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휴머니티1호를 운영하는 ‘에스오에스(SOS) 휴머니티’는 “해상에서 구조된 모든 생존자가 배에서 내릴 때까지 명령을 거부한다”고 맞섰다.
지난달부터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에는 독일과 노르웨이 구호단체 소속 난민 구조선 4척이 이주민 1075명을 구조해 이탈리아 정부에 입항을 요청했다.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해 구조선은 열흘 이상 바다 위에 표류해왔다.
이날 시칠리아섬을 방문한 구호단체 활동가들, 이탈리아 일부 국회의원 등은 ‘취약자’ 분류 자체가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이탈리아 정부에 항의했다. 이탈리아의 유일한 흑인 하원의원인 아부르바카르 수마호로는 카타니아 항구를 방문한 뒤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에서 “현재 카타니아 항구에서 선별 상륙이 진행되고 있다. 추위, 피로, 트라우마로 이미 지친 표류자들의 닳은 육신은 멜로니 정부에 의해 물건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가 지난달 22일 취임 뒤 난민 구조선들의 입항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이날 ‘취약자들’에 한해 이탈리아 영토 내 하선을 허용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멜로니 총리에게 이탈리아가 이주민을 먼저 하선시킨 뒤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힌 국가들이 함께 이들을 분산 수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멜로니 총리는 배분 비율을 유럽연합이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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