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기자회견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웨덴의 새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반대하는 튀르키예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앙카라를 찾아 자세를 낮췄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결국 동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찾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났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날 만남이 “매우 생산적”이었다면서 “스웨덴은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튀르키예에 약속한 모든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진 뒤인 지난 5월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오랜 중립국 지위를 버리고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튀르키예는 스웨덴 등이 튀르키예로부터 독립하려는 쿠르드족 무장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튀르키예는 스웨덴 등이 지원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무장조직인 인민수비대(YPG)를 자국에 맞서는 테러 세력이라 보고 있다.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집단안보체제(나토 헌장 5조)를 유지하는 나토에 가입하려면,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자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난 6월28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 때 이들 조직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튀르키예의 가입 동의를 얻어내는 3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스웨덴 의회는 후속조처로 16일 테러방지법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표결에 부친다. 이 안이 확정되면, 튀르키예와 서방 동맹국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쿠르드족 무장단체 회원들을 더 쉽게 처벌할 수 있다.
이날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30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튀르키예와 헝가리뿐이다. 다만 헝가리는 올해 안에 두 나라의 가입을 승인할 예정이어서 남은 국가는 튀르키예뿐이다. 그 때문에 튀르키예는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칼자루’를 쥐고 흔들며 몸값을 올리는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스웨덴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자신들의 요청에 보다 적극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두 정상이 이달 안에 스톡홀름에서 추가 회담을 한다고 전했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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