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영불해협과 접한 프랑스 북부 해안 경찰 인력을 늘리게 하기 위해 프랑스에 7220만유로(약 98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부 장관과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아에프페>(APF) 등 외신이 전했다. 서명을 마친 뒤 브레이버먼 장관은 이러한 합의가 불법 이주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프랑스 북부 해변을 순찰하는 프랑스 경찰의 수를 크게 늘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르마냉 장관의 설명을 들어보면 영국의 지원으로 프랑스 순찰 인력은 기존보다 40%가량인 100명이 늘어나 350명 정도가 된다.
올해만 약 4만2000명에 달하는 불법 이주민들이 프랑스에서 영불해협을 통해 영국으로 건너왔다. 이주민은 알바니아인이 대부분이고 그 밖에 이란, 아프가니스탄인들도 있다. 지난해에는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온 이주민 숫자가 2만8561명이었는데 1년 만에 47%나 늘어났다. 2018년부터 이주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영불해협을 건너면서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영국에는 약 15만명에 이르는 알바니아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알바니아인들 이주민들이 영국으로 쏟아지는 이유를 다룬 기사에서 빈곤과 밀매업자의 ‘가짜 광고’가 불법 이주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바니아인들의 해외 이주 역사는 수세기에 걸쳐 있다. 특히 엔베르 호자 공산주의 정권(1946~85년) 아래 수십 년 동안 빈곤과 고립을 겪던 이들이 1990년대 국외 이주를 많이 했다. 90년대 후반 코소보와 알바니아에서 벌어진 코소보 전쟁과 빈곤 탓에 알바니아를 떠나는 이들은 이후에도 많았다. 현재 알바니아인들의 월급이 한 달에 450파운드(70만원) 정도고 지방의 소득 수준은 훨씬 더 낮다.
최근에는 밀매업자들이 운영하는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 영상에 속아 알바니아 젊은이들이 영국행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밀매업자는 불법 이주의 대가로 서류를 위조하고 국경 수비대에 뇌물을 주는 등 방식으로 2만파운드(약 3107만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는데, 고무보트를 이용한 뒤로 그 비용이 5000파운드(약 780만원) 정도로 낮아졌다. 고무보트를 활용한 불법 이주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다.
그동안 영국 보수 언론과 보수당 인사들은 프랑스가 국경 보안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영국 정부가 영불해협의 국경 보안을 위해 프랑스 정부에 수억유로를 지급했는데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리시 수낵 새 영국 총리가 취임한 뒤 체결한 이번 합의를 놓고 외신들은 두 나라 관계가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낵의 전임자들이었던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이주민 문제로 프랑스와 각을 세워왔다. 지난주 수낵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기후총회를 계기로 이집트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고 불법 이주민 통제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이번 주에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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