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조지아, 국외자금 언론에 ‘외국대리기관’ 딱지붙여…“언론통제” 반발

등록 2023-03-08 11:27수정 2023-03-08 17:02

러, 비슷한 입법으로 언론 통제 강화
조지아 수도, 수천명 반대 시위 나서
외국대리기관 등록법에 반대하는 조지아의 시위대가 7일 수도 트빌리시 의회 앞에서 경찰과 맞서고 있다. 트빌리시/AFP 연합뉴스
외국대리기관 등록법에 반대하는 조지아의 시위대가 7일 수도 트빌리시 의회 앞에서 경찰과 맞서고 있다. 트빌리시/AFP 연합뉴스

캅카스 지역의 옛소련 국가 조지아에서 외국의 지원을 받는 언론매체 등을 ‘외국 대리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국내에선 “언론 통제용”이라며 항의시위가 거세고, 유럽연합(EU)에선 “회원 가입에서 더 멀어지는 일탈”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조지아 의회는 7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의 1차 독회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의회 의장 샬바 파푸아쉬빌리는 “찬성 76표, 반대 13표로 법안이 1차 독회에서 채택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외국 대리기관 등록법’으로 통하는 이 법안은 외국에서 20%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는 언론매체나 비정부기구(NGO)에 ‘외국 영향을 받는 대리기관’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2012년 이와 비슷한 외국대리기관 등록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엔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다. 러시아에서는 옛소련 시절과 비슷한 법을 떠올리게 하는 이 법이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탄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는 며칠째 이 법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도 몇천명의 시위대가 거리에 나서 “러시아 법에 반대한다”, “당신들은 러시아인, 노예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서자,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찍은 영상에서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조지아는 유럽에서 미래를 보며 이런 미래를 빼앗을 권리를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다. 이 법은 어떤 형태로든 폐지돼야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조지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에서 뒤집을 수 있다. 전직 외교관 출신인 주라비쉬빌리 대통령은 무소속이며,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과 이라클리 가리바쉬빌리 총리는 외국대리기관 등록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조지아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직후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함께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지난해 7월 심사를 거쳐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엔 정식 후보지위를 부여했지만, 조지아엔 먼저 몇 가지 내정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지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 가입 추진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으며, 국민 여론도 80%가 지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외국대리기관법 제정이 조지아의 유럽연합 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법은 유럽연합의 가치와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는 조지아의 명시적 목표에 어긋나며 이를 최종 채택하면 우리 유럽연합과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지아 주재 미국 대사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조지아) 의회가 크렘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유럽 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향한 조지아 국민의 분명한 열망과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