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를 덴마크 앞바다 지하에 묻는 사업을 추진하는 다국적 컨소시엄 ‘프로젝트 그린샌드’ 관계자들이 8일(현지시각) 덴마크 에스비에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바다 밑에 묻는 사업이 가동에 들어갔다.
다국적 컨소시엄 ‘프로젝트 그린샌드’는 8일(현지시각) 덴마크 인근 북해 대륙붕 지하에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다국적 컨소시엄에는 영국의 석유화학업체 ‘이네오스’와 독일의 원유 및 가스생산업체 ‘빈터스할’ 등 20개 기관이 참여했다.
저장시설에 매립할 이산화탄소는 덴마크를 비롯한 여러 유럽나라에서 액체 상태로 운반해올 예정이다. 저장 장소는 바다 밑 지하 1.8㎞ 아래에 있는 해저유전으로, 해마다 온실가스 150만톤씩을 매립하는 시험 단계가 마무리되면 매장량을 2030년까지 연간 8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덴마크의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의 40%, 연간 배출량 대비로는 10%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위원회(EC) 위원장은 전날 개소식에 보낸 축하 영상에서 “지구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에 더해 탄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며 “엄청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온실가스 포집 및 매립 기술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인 브루스 로버츤에 따르면, 애초 온실가스 포집 및 매립 기술은 1970년대 원유 증산을 위해 처음 개발됐다. 기후변화 문제가 불거진 뒤엔 온실가스를 대기에서 격리하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한다. 예컨대 오스트레일리아의 고곤 프로젝트의 경우 셰브론과 셸, 엑손 등 거대 석유기업이 참여했지만 끝내 계획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또 지하에 매립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지진 등 지질변화가 일어날 경우 도로 대기 중에 배출될 위험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탄소중립이 전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온실가스 포집·저장 기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15억톤이, 2050년까지는 62억톤이 저장 또는 다른 방식으로 대기 중에서 제거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온실가스 포집·매립에 쓸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