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위대가 11일(현지시각) 파리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 상원이 11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켰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수십만명은 프랑스 전역에서 일곱번째 항의 시위를 열었다.
프랑스 상원은 이날 정년을 62살에서 64살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둘러싸고 열띤 논의를 벌인 끝에 찬성 195대 반대 112로 의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몇백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상원이 연금개혁안을 받아들였다”며 “우리 연금체계의 미래를 보장할 개혁을 위한 핵심적 진전”이라고 반겼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이 이날 상원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최종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날 상원의 의결을 거친 연금개혁안은 오는 15일 열릴 상·하 양원의 공동위원회에서 심의가 이뤄진다. 양원 공동위의 심의를 거치면 다시 상·하 양원에서 최종 표결에 들어간다. 하지만, 하원은 여전히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가 의석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연금개혁안이 통과되려면 다른 야당의 협조가 불가결하다.
마크롱 정부가 하원에서 충분한 찬성표를 얻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프랑스 헌법 49조3항의 ‘긴급법률제정권’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조항에 따라 정부는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의회의 의결 없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법안을 막으려면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7차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내무부는 시위 참여인원이 36만8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역대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7일 6차 시위 때의 128만명에 비하면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수도 파리에는 내무부 추산 4만8천명, 주최측인 노동총동맹(CGT) 추산 30만명이 모였다. 철도·공항·정유소·발전소·항구 등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몇몇 부문에서는 닷새 연속 파업을 이어갔다. 파리 도로 청소부들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어 일부 지역의 수거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노동총동맹은 “많은 이들이 여전히 단호히 연금개혁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계속 보여주고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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