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부에 있는 주요 경제 도시 프랑크푸르트 거리의 모습. 게티 이미지 코리아
독일 중부에 있는 관광 도시 코블렌츠에 있는 호텔 한 곳은 최근 85살인 카를로스 안드라데를 새 직원으로 뽑았다. 40년 동안 공항 물류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간부로 은퇴했던 안드라데는 산책을 하다 호텔 앞에 붙어 있는 이색적인 펼침막을 보고 지원서를 냈다. 펼침막에는 “은퇴자로 살기 너무 젊나요? 온종일 집에 있기에 지루하신가요?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호텔에서 일할 분을 찾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독일 기업들이 안드라데 같은 고령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살도록 적극 권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만성화된 독일의 일손 부족 현상이다. 독일에선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말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최근 은퇴를 하고 있다. 앞으로 10~15년 간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 약 700만개 일자리가 빌 것으로 예상된다.
후베르투스 하일(사민당) 독일 노동부장관은 독일 기업들이 “노동력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시대에 노련한 일꾼들을 포기할 수 없다. 대기업에서 60살 이상의 직원을 퇴물 취급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최근 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독일의 법정 정년퇴직 나이는 66살이지만, 실제 평균 은퇴 연령은 64.1살로 정년을 꽉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조기 은퇴 경향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정년을 채우는 비율을 높여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자리를 더 지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독일 정부는 2031년엔 원칙적으로 정년을 67살로 늦출 예정이다 일부에선 70살까지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일손 부족 현상의 또다른 원인은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대학 교육이 필요 없는 일부 기술직 분야에서 극심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 때문에 현재 독일에선 180만개 일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요식업·숙박업에서만 5만명이 부족하다.
그밖에 항공·호텔·요식업 등에선 코로나19 대유행 때 일자리를 떠났던 이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어린이 교육, 돌봄 노동, 난방·환경 기술 쪽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안드레아스 날레스 독일 연방노동청장은 “앞으로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해내려면 자동화를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노동시장 유입이 독일 노동력 부족을 조금 완화해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우크라이나인 8만7000명이 독일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