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국민당의 새 대표 훔자 유사프(가운데 오른쪽)가 27일(현지시각) 부인 나디아 엘 나클라(왼쪽 옆), 딸 아말(가운데) 등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파키스탄 이민 가정의 30대 무슬림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최고 책임자에 내정됐다. 정식 취임하면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 최연소이자 첫 무슬림 지도자로 기록된다.
스코틀랜드 집권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27일(현지시각) 열린 당 대표 선거에서 훔자 유사프(37) 보건부 장관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유사프는 결선 투표에서 52%를 득표해 48%를 얻은 케이트 포브스 재무부 장관을 눌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당 대표이자 자치정부 수석장관이었던 니컬라 스터전이 지난달 갑작스럽게 “이제 새 지도자가 필요할 때”라고 말하며 사퇴해 열렸다.
유사프 대표는 앞으로 스코틀랜드 의회 투표와 국왕의 승인 절차를 거쳐 자치정부 최고책임자인 수석장관에 취임한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이 제1당이어서 의회 표결은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프 대표의 할아버지는 방직공장 노동자로 파키스탄에서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로 이주했다. 어머니도 남아시아 출신으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이주했다. 그는 이날 당선 연설에서 스코틀랜드에 올 때 영어도 잘 하지 못했던 할아버지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고, 어머니와 부인은 눈물을 흘렸다. 유사프 대표는 1985년 글래스고에서 태어나 글래스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앨릭스 샐먼드 전 수석장관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11년 26살의 나이로 최연소 스코틀랜드 의회 의원이 됐으며, 국제개발장관, 교통부 장관, 법무부 장관, 보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영국 정치권에 남아시아계 출신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리시 수낵 총리는 인도계 힌두교도이며,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파키스탄계 무슬림이다. 그는 의회에 처음 진출했을 때 스코틀랜드 고유 복식인 킬트를 입고 영어와 함께 파키스탄 공용어인 우르두어로 선서해 눈길을 모았다.
유사프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는 독립을 이루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독립은 지난 2014년 주민투표에서 반대 55%로 부결됐으나, 2년 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독립 지지 여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또한, 그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법적 성전환을 쉽게 하는 법안이 스코틀랜드 의회를 통과했으나 영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효력이 정지된 것에 대해서도 영국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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