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정상회담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독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5.21 zjin@yna.co.kr/2023-05-21 20:20:4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730’을 쳐보세요.
주요 7개국(G7)이 공동선언에 자신들의 대중 접근법을 ‘디리스킹’(De-risking·위험완화)이라 설명하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를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며 이 새 용어의 정확한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독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는 형태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중국과 상당한 무역 규모가 있어 중국과 관계가 합리적으로 잘 관리되어야 한다면서 (숄츠 총리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을 했다”며 이 용어의 “정확한 뜻은 독일과 중국 간의 관계가 불필요한 위험을 피하고 합리적으로 관계를 잘 가꾸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 용어가 처음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월30일 대중 정책과 관련된 연설에서 이 말을 처음 쓰면서부터다. 유럽연합이 옛 냉전 시절처럼 중국과 적대적으로 관계를 끊는 ‘디커플링’(관계단절)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여나가겠다(디리스킹)는 의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낭패를 봤으니 중국에 대해선 미리 이런 위험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은 희토류의 98%, 배터리 광물 리튬은 97%를 중국에서 들여온다. 디리스킹 전략을 통해 이 비율을 낮춰갈 것으로 보인다.
이 용어가 화제에 오르자 미국도 화답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달 뒤인 지난달 27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며 “디리스킹은 근본적으로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어느 국가의 강압에 종속될 수 없다는 점을 보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 용어는 20일 공개된 주요 7개국 공동선언에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지정학적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한-중 관계에서 디리스킹을 추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한국이 대중 의존도가 큰 요소수의 수입처를 다변화해 ‘디리스킹’을 할 순 있지만, 한·미·일 3각 군사협력 확대 등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맞부딪히는 첨예한 이슈에서 이 개념을 적용하긴 쉽지 않다. 대만 문제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파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