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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도 ‘헌법과 민주주의’ 위기…폴란드 시민 50만명 반정부 시위

등록 2023-06-05 19:21수정 2023-06-06 02:32

권위주의 회귀에 89년 민주화 뒤 최대 규모
4일(현지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민주주의!” “헌법!”

1989년 폴란드 최초의 자유선거 34주년을 맞아 4일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핵심 구호는 ‘민주주의’였다. 10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폴란드 제1야당인 시민강령(PO)이 주최한 이 집회에 집권 여당인 ‘법과정의’(PiS)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몰렸다. 시민강령 소속 정치인으로 시위에 참여한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은 이날 시위에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약 50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시위에 배우자와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라데크 투신스키(49)는 <에이피>(AP) 통신에 폴란드가 그가 어린 시절 기억하고 있는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할지 모른다며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자유국가를 원한다”고 말했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법과정의가 중심이 돼 5월 만든 ‘러시아 영향 공직자 퇴출법’(이하 퇴출법)이다. 이 법이 정치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법과정의는 2015년 집권한 뒤 정부 지출을 늘리고 보수적 정책과 가톨릭교회에 대한 지원을 결합하는 ‘우파 포퓰리즘’적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왔다. 야당은 이들이 사법부와 언론을 단계적으로 장악하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이 대표적 악법으로 꼽는 것이 퇴출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조사위원회는 2007~2022년 사이에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되는 정치가를 최대 10년 동안 관련 공직 분야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특히 이 법안이 10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강령의 대표인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 등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정의 대표는 투스크 전 총리가 러시아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고 비판해왔다.

나아가 ‘국경없는 기자회’는 조사위원회가 언론을 향한 “새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 피오트르 옝제예프스키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 법안에 대해 “정부는 우리를 러시아한테서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폴란드를 러시아나 벨라루스같이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일 논란이 되는 부분을 고친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다른 반정부 구호는 지난해 13.2%나 오른 물가와 임신중지권을 둘러싼 것이었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대유행 탓으로 돌리지만 지출 정책이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많다. 할머니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바르바라 데츠(26)는 “태아가 불치병에 걸렸을 때조차 임신을 중지할 권리가 없다. 일부 여성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크라쿠프 등 폴란드 다른 도시와 베를린·파리에서도 이어졌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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