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 브뤼셀/노지원 특파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31개국 정상이 11일(현지시각)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모인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500일을 넘긴 상황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책과 향후 가입 문제 △동맹 강화 방안 △스웨덴의 나토 가입 등을 논의한다.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 제1의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맹의 안전 보장 지원 방안과 향후 나토 회원국 가입에 대한 약속 여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정상회의를 앞둔 7일 기자회견에서 “동맹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더 가깝게 하기 위한 세가지 요소가 포함된 패키지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과 사이의 상호 운용성 보장을 위한
‘다년간 지원 프로그램’ 합의(나토식 군 현대화) △위기 상황 공동 대응, 의사결정을 위한 ‘나토-우크라이나 위원회’ 설립 △우크라이나의 미래 나토 가입 지지 의사 재확인 등을 꼽았다.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안전 보장책으로 요구해온 ‘종전 뒤 나토 가입 약속’에 대해 회원국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합의를 할 지다.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에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동의’했다. 우크라이나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빌뉴스 회의에서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초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 동맹 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과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발트 3국 등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독일 등은 ‘전쟁이 끝나기 전 가입은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먼저 가입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나토 가입을 승인해 러시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대신
미국은 이스라엘과 10년짜리 협정을 체결해 군사 지원을 하는 것처럼 우크라이나와도 양자 협정을 통해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번 회의에서 나토는 냉전 종식 뒤 처음으로 새로운 ‘지역 방어 계획’을 수립한다. △북극·대서양 등 유럽 북부 △발트해 등 중부 △지중해·흑해 등 남부 등 세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방위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목표는 러시아와 테러 위협에 대비한 동맹의 대비태세 강화다. 유사시 나토 병력 30만명을 유럽 동부 전선 일대에 30일 안에 배치하고, 육해공 전반에 걸쳐 전력을 증강하며, 역내 방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액션 플랜(DPAP) 등을 통한 상호 운용능력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동맹국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 를 국방비로 쓰도록 하는 방위비 지출 확대 방안도 논의된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튀르키예가 어떤 입장을 내놓는가이다. 정상회의 하루 전인 10일 오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나토 사무총장이 소집한
3자 회동에서 얼굴을 마주한다. 이 자리에서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가입을 지지하면 가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핀란드와 함께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가 테러조직으로 여기는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스웨덴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여태 어깃장을 놓고 있다. 그 때문에 지난 4월 핀란드만 단독으로 동맹에 합류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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