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맨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일본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후쿠시마제1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뒤 시행해오던 일본산 식품 수입 제한 조치를 철폐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상임의장은 1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양자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유럽연합은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해 시행 중인 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 회원국들 모두 이러한 규제 철폐를 지지했다고 집행위는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과학, 증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에 근거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또한 올해 중에 다른 여러 무역 문제, 특히 유럽연합 농산물의 일본 시장 접근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유럽연합의 결정이 “피해 지역의 재건을 강력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공동성명에는 “유럽연합은 일본이 과학적 증거에 기반을 둬 국제원자력기구와 함께 한 투명성 있는 노력과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가 종합 보고서를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집행위는 정상회담 뒤 따로 낸 보도자료에서 “이번 규제 해제는 일본 당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이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해 실시한 검사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자국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모니터링 대상)에는 특히 오염된 냉각수 방출 지점에 가까운 곳에서 나는 어류, 수산물, 해조류가 포함된다”라면서 “일본 정부가 모든 결과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유럽연합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뒤 일본산 식품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입 규제를 취해왔다. 이후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돼 후쿠시마산 일부 수산물과 버섯, 미야기현 죽순 등 10개 현의 농수산물을 수입할 때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정도만 남아있었다.
일본이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주요 식품은 위스키와 소고기 등 이미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이번 수입규제 철폐 경제적 효과는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농수산물 및 식품 수출액은 중국 본토와 홍콩이 각각 20.8%와 15.6%가 1·2위였다. 유럽연합은 한국(5%)과 비슷한 5.1%였다.
일본에 이번 규제 철폐는 당장은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상당한 성과다. 우선, 일본은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한국에 수입 금지를 풀라는 압박을 하기 위한 용도로 이번 조처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은 이번 유럽연합의 조처가 목전에 다가온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 여론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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