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센안할트주의 마그데부르크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당대회를 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지지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은 죽어야 한다”며 반유럽연합적 성향을 노골화하고 있다.
비외른 회케 독일을 위한 대안 튀링겐주 대표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29일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당대회에서 “진짜 유럽이 살 수 있도록 유럽연합은 죽어야 한다”면서 유럽연합의 해체를 촉구했다.
독일에서는 이런 발언이 나치의 구호를 떠올리게 한다며 비판이 터져나왔다. 역사가 마테우스 베호프스키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그의 발언이 “그들은 독일이 살 수 있도록 죽었다”라는 나치의 구호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스탈린그라드(현재 볼고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이 소련군에 패배한 뒤 사용한 슬로건과 그의 발언이 유사하다는 점을 가리킨 것이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회케 대표가 나치의 수사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2021년에 열린 집회 때는 “모든 것을 독일을 위해!”라는 표현도 썼다고 했다. 이 구호는 나치당의 준군사조직인 돌격대(SA)의 슬로건으로 독일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날 이 정당의 당대회에서 유럽의회 선거 1순위 후보로 선출된 막시밀리안 크라 현 유럽의회 의원 역시 “유럽연합을 경멸하는 사람”이라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가 유럽의회 선거 후보자 최상위 목록에 있는 한 독일을 위한 대안은 유럽연합과의 대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8일 당 회의를 앞두고 알리스 바이델 대표도 공영방송 체데에프(ZDF)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점점 비대해지고 있는 유럽연합의 권한을 줄이는 데에 찬성한다. 이 문제가 당 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유럽연합 권한의 축소를 주장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이전부터 반유럽연합적인 정책을 중심에 놓았다. 이 극우 정당은 2013년 연방 선거 운동을 준비하면서 4쪽짜리 공약집을 내놨는데, 이 중 절반을 유럽연합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독일은 유로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유로존 해체를 주장했다. 이듬해에는 “유럽 국민은 없다”면서 각국 국회와 시민이 유럽연합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선거 때는 솅겐 조약(회원국 간 무비자 통행 국경 개방 조약), 마스트리흐트 조약(유럽 통화 조약), 리스본 조약(유럽연합의 정치적 통합을 규정한 조약)이 “불가침한 인민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독일이 ‘브렉시트’를 한 영국처럼 유럽연합을 탈퇴하자고 주장했다. 이 당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와 관련해서는 유럽 공동의 난민 제도를 거부하자고도 주장했다.
이 극우 정당의 지지율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바 있다.
지난 22일 독일 주간 빌트암존타크가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 결과 이 정당의 지지율은 22%로 나타났다. 이는 1위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의 지지율(26%)보다는 단 4%포인트 뒤처지고, 집권 ‘신호등’ 연정을 이끄는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18%)을 앞서는 수치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