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28일 남부 마르세유 거리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마르세유/AFP 연합
철도·병원 등 참여…영국선 공공노조 ‘연금’ 파업
프랑스 우파 정부의 최초고용계약제(CPE)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계가 28일 전국적으로 24시간 총파업을 단행해 철도·지하철·항공·우체국·병원·학교·언론 등의 기능이 크게 마비됐다. 이날을 ‘행동의 날’로 정한 노동자와 학생들은 전국 200여곳에서 최초고용계약제 파문 이후 가장 큰 시위를 벌였고, 유럽 언론들은 ‘검은 화요일’이라고 명명했다.
공공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조직된 이번 파업으로 고속열차 떼제베(TGV)의 3분 2, 장거리 열차의 40%, 교외선 열차와 지하철의 절반만이 운행됐고, 지방 도시들에서도 교통 파업으로 곳곳에서 출근길 북새통이 벌어졌다. 항공편도 30% 가량이 운항되지 않았고, 일간지들은 배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영 프랑스라디오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음악만 내보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축소 방영됐다. 학생들의 계속된 시위로 이미 상당수 대학과 고등학교가 폐쇄된 상태다.
이날 파리와 지방 도시들에서는 최소 100만명 이상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 최초고용계약제의 완전 폐지를 외쳤다. 경찰은 89만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집계했고, 노조들은 파리에서 70만명이 거리에 나선 것을 비롯해 모두 270여만명이 쏟아져 나왔다고 밝혔다. 사회당과 공산당 등 야당 지도부도 대거 거리로 나와 시위대와 합류했다.
시위대와 경찰은 곳곳에서 충돌했다. 경찰은 이전 집회들과는 다르게 과격 행위자를 식별하기 위해 잉크를 발사하고 사진 채증을 실시하는 등 다소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난동을 부리는 시위대는 최대한 많이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가 여전히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각 산별 노조 지도자들은 29일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행동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30일에는 기차역과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최초고용계약제를 주창한 드빌팽 총리의 정치적 위기도 깊어지고 있다. 빌팽 총리는 최초고용계약제의 내용을 일부 수정할 수 있다며, 노조와 학생들에게 몇차례 대화를 제의했다. 그러나 ‘철회없인 협상도 없다’는 강경한 태도만 확인하고 물러서야 했다. 빌팽 총리도 “거리에서 법을 만들 순 없다”며 기본적으론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빌팽 총리와 대권을 놓고 경쟁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빌팽 총리의 일방주의를 비판하고 나서, 집권세력 내부에서 정치적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르코지 장관은 27일 프랑스의 경직된 노동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도,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대화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치 <르몽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3%가 빌팽 총리의 최초고용계약제 강행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영국에서는 지방정부 노동자 100여만명이 연금 문제로 24시간 파업에 들어가 수천개의 행정사무소와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번 파업이 80년만에 가장 큰 규모라고 밝힌 영국 공공부문 노조는 근무기간과 나이를 합쳐 85년이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정부가 없애려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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