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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역대급 예산 공백 마주한 독일, 추경안 발표…지출 차질 불가피

등록 2023-11-28 17:06수정 2023-11-29 02:33

지난 15일 연방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안에 위헌 판결을 한 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연방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쪽으로 크리스티안 린드너(위) 재무장관, 로베르트 하베크(아래)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5일 연방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올해와 내년 예산안에 위헌 판결을 한 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연방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쪽으로 크리스티안 린드너(위) 재무장관, 로베르트 하베크(아래)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올해와 내년 예산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발생한 전례 없는 ‘예산 공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부채 상한을 일시적으로 없애는 것을 전제로 한 올해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 이후 예정된 독일 정부의 예산 운용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독일 정부는 27일 독일연방 기본법(헌법에 해당)에 정해진 부채 상한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연방 의회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계속되는 현재 상황을 ‘위기’로 선포해줄 것을 요청하며 450억유로(약 64조원) 규모의 올해 추경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의 올해 부채 규모는 본예산과 추경예산을 합쳐 706억유로(약 100조120억원)에 달하게 됐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를 휩쓴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한 교훈으로, 기본법에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넘으면 안 된다는 ‘부채제동장치’를 마련해 뒀다. 다만 자연재해 같은 특별한 예외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연방 의회 결의로 면제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부채 상한은 258억유로(약 37조원)로 제한된다. 이에 대한 연방 하원의 표결은 다음달 13일 이뤄지게 된다.

독일 정부가 부랴부랴 이러한 조처에 나선 것은 지난달 15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긴급 입법으로 차입한 뒤 사용하지 않은 기금 600억유로(약 86조원)를 기후변화기금(KTF)으로 전용하기로 한 결정이 ‘위헌’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숄츠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이 돈을 기후변화기금과 경제안정기금(WSF)에 전용하면서 이를 부채제동장치가 적용되는 ‘신규 부채’로 잡지 않고,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때문에 2021년 부채제동장치의 적용 면제를 받은 예산을 쓰려 했다.

그러자 야당인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CDU·CSU)이 이런 예산 전용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가 지난 15일 이들의 손을 들어주며, 갑작스러운 예산 공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로 인해 독일 정부의 예산 운용에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 연방 정부는 이 기금을 통해 향후 3년 동안 1770억유로(약 250조9천억원) 이상을 집행해 독일의 산업 현대화와 녹색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려 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 티에스엠시(TSMC)와 인텔이 각각 드레스덴, 마그데부르크에 지으려는 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도 이 기금에서 충당할 예정이었다. 2천억유로 규모의 경제안정기금 집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애초 이 기금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을 받는 가정에 내년 3월까지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연말로 앞당겨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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