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빌팽 총리 ‘난감’… 사르코지 장관 ‘여유’
한 아들이 울면, 다른 아들은 웃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최초고용계약제(CPE) 수정’이라는 타협안을 내밀었지만, 야당과 노동계, 학생들은 ‘완전 철회’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권세력 내의 갈등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최초고용계약제 입안자인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와 집권 대중운동연합 당수인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탓이다. 두 사람은 각기 시라크 대통령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드빌팽 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라크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다. 1995년 시라크 정권 출범 후 7년간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미는 유력한 후보다. 시라크 대통령이 정권이 휘청거릴 정도의 반발에도 법안을 거부하거나 의회에 수정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들’을 지키려는 고육책으로 비친다. 26살 미만 취업자를 2년 안에는 이유없이 해고할 수 있게 한 최초고용계약제를 일단 발효시킨 다음, 해고가능 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해고사유도 밝히게 하는 개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드빌팽 총리도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제도를 두고 오해가 있었고, 아주 유감스럽다”고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타협안에 대해 국민 72%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오는 4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도 예고돼 있어 그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역시 내년 대선에 나설 예정인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시라크 대통령의 ‘버린 아들’이다. 헝가리계 이민가정 출신의 그는 시라크 대통령의 수하로 자랐고, 한때 그의 딸과 사귀어 사위가 될 뻔 했다. 하지만 1995년 대선에서 시라크의 정적과 손잡으면서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에 대해 “용서하기 어렵지만, 버릴 수도 없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총리의 곤경을 지켜보며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표정이다. 그는 시위사태 와중에 “대화가 부족했다”며 총리를 비판했고, 1일에는 “대화를 시작하자”며 노동계·학생들과의 타협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사태 장기화가 그의 입지에 마냥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파리 변두리 방화시위 때 메가폰을 잡고 아랍계 청소년들을 향해 “쓰레기”라는 욕을 퍼부어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번에도 그는 지난달 28일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난동자들을 되도록 많이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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