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인터뷰 전문

프랑스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포르투알레그레포럼을 주도한 반세계화 이론가인 라모네는 사회당 등 좌파가 이미 고용유연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걷고 있다며, 사회 제세력의 연대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대표적 진보지식인이자 반세계화 이론가
“사회 제세력 연대로 신자유주의 물결 멈추게 해야”

이냐시오 라모네(62)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주필 겸 사장은 “최초고용계약(CPE) 사태에서 프랑스가 (세계에) 보낸 분명한 메시지는 야만적 자본주의, 야만적 세계화에 항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으로 포르투알레그레포럼을 주도한 반세계화 이론가인 라모네는 사회당 등 좌파가 이미 고용유연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노선을 걷고 있다며, 사회 제세력의 연대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초고용계약제에 대한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어지기 전날인 지난 3일 파리 이탈리광장 근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불명확한 규정이 학생들 장래 불안감 자극

- 최초고용계약(CPE) 사태는 시라크 대통령의 양보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고, 학생과 노조는 철회 때까지 계속적인 파업과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최초고용계약과 이번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최초고용계약은 지난해 통과된 신규고용계약(CNE)의 연장이다. 신규고용계약에 이미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담겨져 있었다. 그 논리가 다시 최초고용계약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그런데 아주 특이할 만한 사실은 첫째, 신규고용계약 때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지금과 같은 강력한 저항이 왜 최초고용계약 때에는 일어났는가라는 점이다. 만약 신규고용계약에서 멈춰졌었다면, 최초고용계약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둘째, 신규고용계약의 경우 지난해 여름에 통과돼 9월1일부터 적용됐다. 이 법안이 20인 이하의 사업장들에게만 해당되는 법안이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잘 결성되어 있지 못한 이들 사업장들에서는 크게 반발할 수가 없었다.

최초고용계약은 지난해말 소요사태의 열기 속에서 통과됐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 추진 논리는 먼저 신규고용계약 때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는 것과 파리 소요사태 때에서 보듯 교외지역(방리유)의 젊은이들에게 구직의 문제가 있으니, 신규고용계약과 같은 논리로 이번엔 학위가 없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법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교외지역의 비학위취득자를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적용 대상을 정확히 규정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 법안 자체가 자신들 모두에게도 적용되게 될 것이라는 데에 반발한 것이다. 잘 조직되어 있고 정치적이기까지 한 학생들은 파리뿐만이 아니라 지방에서까지 모두 들고 일어난 것이다.

- 이번 시위는 학생들이 나서고, 노조가 뒤따른 형국이다.

= 이번 반발은 학생들이 시작했고, 학생들이 선두에 섰다. 이 법안을 추진했던 정부는 놀랐다. 정부는 사회적 차별의 피해자들인 교육받지 못한 교외의 젋은이들을 위한 것일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최초고용계약법안이 프랑스의 ‘기회균등법’에 포함돼 ‘인종과 출신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처음부터 학생들의 반발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반발의 정도도 감지하지 못했다. 왜냐면 정부로서는 신규고용계약 때에도 아무런 반발이 없었고, 교외지역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위한 해법으로 최초고용계약제가 통과되어야 한다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최초고용계약이 발표되자 당사자들인 학생들은 바로 반발했다. 노조의 경우 초기에는 감을 잡지 못했지만, 최초고용계약의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젊은이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하면, 머잖아 같은 논리가 결국 자신들에게까지 확대될 것을 깨달은 노조도 결국 신자유주의적인 논리의 확대를 막기 위하여 반발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아주 특이한 점은 학생과 노조의 연대이다. 이런 연대는 아주 아주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드문 일이었다. 예를 들어 2003년의 연금개혁 때에도 이런 연대는 없었고 연금개혁과 신자유주의적 흐름을 막는 것에 실패했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정부가 서두르면서 모든 노조가 연대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됐다.

이념적·철학적 반발인 68운동과는 다르다

이샤니오 라모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주필 겸 사장.

- 68운동과 자주 비교된다. 68운동이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분출한 것이지만, 현재의 시위는 미래를 두려워하고 현재의 특권과 직업을 기어코 부여잡으려는 행위라는 비난도 있다. 결국 학생들이 결국 기득권을 지키려는 게 아닌가라는 이런 비판에 대해선….

= 이번 일을 68운동과 연관짓는 이야기가 많은데, 68운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가 68운동 세대이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완전고용과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의 반발은 어떤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반발이었다. 소비사회의 주역이 된 세대들의 구조적인 보수주의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때 세대는 이미 사회에 편입되어 있었고, 소비하는 세대였다. 따라서 정치적 반발이었고, 철학적 이념적 반발이었지, 직장을 얻기 위한 반발이 아니었다.

반면 이번 사태에서 학생들은 조금씩 정치화되었다. 처음에는 직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에서 출발해 소비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으로 이어졌고, 차도 못사고 집도 못 구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으로 번진 것이다.

68운동의 경우 학생들은 소비사회에 대한 반발이었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조금씩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의식하게 되면서 결국 반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처음엔 최초고용계약의 반발에서 시작해 근본 논리인 신자유주의의 문제점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야만적 자본주의에 항거하게 된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평균적인 삶’이다.

- 이번 사태에서 좌파는 대안세력으로서 분명한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있고, 내년 대선에 이용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사회당 등 좌파 세력의 이런 행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정확하고 좋은 지적이다. 현 사회당은 현재의 정부에 대한 반발을 정치적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당의 논리도 현 우파 정부의 신자유주의 논리에 완전히 동조하고 있다. 즉 단어만 다를 뿐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같은 논리를 취하고 있다.

- 그렇다면 대안이 없다고 보아야 하나?

= 현재로선 사회당쪽에 프로그램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은 지금 열심히 준비중이고 오는 9월 이후에나 발표될 것이다. 더구나 5~6명의 예상후보가 있기는 하지만 후보지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현재 사회당은 전 당원이 모여 채택하게 될 대안을 준비중이다. 그런데 사회당에서 그동안 35시간제라든가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그들도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에 젖어 있다. 이미 고용유연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좌파도 신자유주의적 방식에 물든 게 현실

- 희망이 없다고 봐야 하나?

= 말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를 보라, 스페인의 경우 사회당이 집권했지만 최초고용계약 같은 법이 있다. 독일의 경우도 사회당 연정이 역시 최초고용계약 같은 법을 만들었다. 영국도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를 보면 신자유주의에 우호적이다. 물론 외형은 인본주의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겉만 다를 뿐 그 내용은 똑같다.

- 베를린장벽 붕괴로 현실사회주의가 실패한 붕괴 이후 사회민주주의 진영이 처한 고민이라고 봐야 하나?

= 오늘날 좌파, 특히 사회민주주의 진영에서 가장 부족한 점은 현시대를 설명할 논리나 학설, 학자가 없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진영의 어떤 논리나 학설, 그리고 이론가들과 학자들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나마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취한 ‘제3의 길’같은 것은 있지만, 이 역시 자본주의의 논리를 사회주의에 적응·번안시킨 것일 뿐이다. 논리나 학설이 아니다. 세계화에 관해서도 반대 학설이 부재한 형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현 내각이 실각했다고 치자, 그 이후에 우파가 다시 들어서건 좌파가 들어서건, 역시 ‘신자유주의적’이다. 같은 논리가 적용될 뿐이다.

노조와 사전협의 않은 것은 ‘무례’

- 프랑스 노조들 역시 이번 사태를 주도하지 못했다. 지난해 신규고용계약을 용인했다. 프랑스 노조는 공공부문과 대공장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일종의 특권적 지위에 위치, 지가들만의 이익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에서도 지난주에야 총파업을 처음으로 실시했고, 드빌팽 총리쪽과도 장막뒤에서 협상을 벌이는 등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사르코지쪽과도 협상하는 걸로 알고 있다. 프랑스 노조의 태도를 어떻게 봐야 하나?

= 먼저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노조와 학생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은 전술상의 새로운 점이다. 둘째로, 노조가 지금과 같이 반응하는 것은 그 문제의 내용보다 과정 때문이다. 노동자가 연관된 이번 법안에서 정부가 전혀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 차원에서 볼 때, 예의범절이 결여된 것과 같은 것이다.

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해 민주노조연맹(CFDT), 노동자의 힘(FO) 등 프랑스 노조들은 모두 공기업들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성향도 개혁을 원하는 노조, 중도적인 노조, 개혁에 절대 반대하는 노조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들 노조는 철도·전기·우체국 공기업 등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노조원 대부분이 공무원이다. 사기업일수록 노조가 약하고 2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으로 갈수록 노조가 취약하다. 따라서 사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 비노조원인 그들은 공무원 중심의 대규모 노조의 운동이 자신들의 입장까지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 관료주의화되고 개량화된 프랑스 노조운동을 어떻게 봐야 하나?

= 대체로 관료주의화된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의 노조의 경우 3개의 큰 노조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노동총동맹, 민주노조연맹, 노동자의 힘 등이 그들인데, 민주노조연맹과 노동자의 힘은 공무원이 주류이고 신자유주의에 대체로 동의한다. 민주노조연맹의 경우 2003년 연금개혁 때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산계인 노동총동맹은 전혀 다르다. 동의하지 않는다.

처지 뒤바뀐 드빌팽과 사르코지

- 좌파가 죽을 쑤다보니 좌파·노조·학생 대 정부의 대결이라기보다 집권우파 대중운동연합(UMP) 내의 대선 전초전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 프랑스 우파 내부에서 오랫동안, 이미 10여년간 지속해 온 논쟁 중의 하나가 ‘개혁’의 문제였다. 늘 개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의견 대립이 존재해왔다. 왜냐하면 95년에도 그랬고 2003년, 2004년 모두 정부가 개혁을 추구하면 늘 강력한 사회적 반발과 부딪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라크 대통령 같은 우파인사들은 개혁성향 인사가 아니다. 몇몇 우파 정치인들이 레이건이나 블레어처럼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대기업 경영자들이 그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파 내부의 대표적인 개혁파인 사르코지는 강한 개혁을 주장하면서 여러해 전부터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며 자신을 ‘단절자’라고 칭해 왔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드빌팽이 선수를 치고 나서면서 역할이 바뀌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업주들이 원하는 개혁을 드빌팽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아주 우습게도 현재는 유순했던 드빌팽이 더 강경해졌고, 강경했던 사르코지가 더 유순해졌다. 바로 사르코지와 드 빌팽의 경쟁 때문인데, 사르코지가 하려던 개혁을 드빌팽, 자신이 해내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드빌팽은 실패했다.

결국 시라크의 발표 이후 사르코지가 협상을 맡게 됐다. 사르코지는 분명히 양보할 것이다. 드빌팽은 좋은 이미지를 잃었고, 단절자가 되었다.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까지는 못갈듯

- 이번 사태의 결과나 파장을 어떻게 전망하나?(*참고/인터뷰는 시라크의 ‘항복선언’ 이전에 이뤄졌음.)

=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먼저 노조의 연합전선이 분열될 수 있다. 정부가 문제의 두 가지 조항을 낮추거나 조정하면 민주노조연맹과 노동자의 힘 같은 노조는 바로 협상을 수락할 것이다. 그러면 노동총동맹만 남게 된다. 학생들과 연대하더라도 새로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방학을 거치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 또 언제나 정부쪽에선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법안을 거두면 그만이다.

두번째 상황은 가장 문제가 되는 해고방식의 구두·서면 문제에서 정부와 노조의 합의가 틀어지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여당에서 프랑스기업가운동(MEDEF, 프랑스의 전경련)의 요구에 따라 구두해고를 취할 경우 반발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반대로 서면형식의 해고가 될 경우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시라크가 더 이상의 분란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운동은 아직 신자유주의 반대운동 수준까지는 이르지는 못했다. 지금은 최초고용계약에 대한 반발이고, 그리고 그 선에서 끝날 것이다. 최초고용계약가 없으면 이런 반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고실업률, 특히 높은 청년실업률의 프랑스의 실업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현 정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현 정부는 학생의 반발에 질겁을 했을 것이다. 더 이상 개혁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미 존재하는 법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최초고용계약을 통한 대기업경영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신규고용계약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 경영주들의 요구를 충족시킨 것으로 위안을 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07년 대선까지 더 이상의 개혁은 없을 것이다.

이전 사회당정부 때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 정부가 보조해 주는 법안이 있었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현정부 들어서 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전 라파랭 정부에서 이 법안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야당 쪽에서 내놓을 수 있는 방안도 국립고용안정센터(ANPE)의 도움으로 새로운 구직자가 견습을 받을 동안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다. 그리되면 기업 쪽에서는 신규채용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마틴 오브리가 발전시킨 방법이다.

‘신자유주의=비인간적 정책’이 이번 사태의 메시지

- 이번 사태가 주는 메시지를 뭐라고 봐야 하나?

= 프랑스와 프랑스 사회 그리고 프랑스의 젋은이들은 현재 전세계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운동가, 영국의 공무원운동가들이 연대하고 있다. 프랑스 젊은이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정확하게 신자유주의 정책, 세계화 정책은 비인간적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더 많은 일자리를 약속하지만 그러한 삶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우리의 삶이 더 망가지게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프랑스의 분명한 메시지는 야만적 자본주의, 야만적 세계화에 항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때때로 유일하게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제동을 걸어왔다. 이번 사태도 그렇고, 지난해 그리고 199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결론적으로 고용불안의 희생자인 우리 모두가 연대해 사회적 파괴와 퇴행을 일으키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멈추게 해야 한다.

- 포르투알레그레 포럼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국제주의적 연대투쟁을 얘기하시는 건가?

= 포럼의 메시지는 일종의 전지구적인 의식에서 탄생한 ‘세계화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포럼에 참가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등 전 지구에서 온 다양한 이들이 모두 같은 정치형태의 피해자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메시지가 라틴 아프리카에서 강한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를 보라,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모두 포럼 이후 변화했다. 세계화에 가장 폭력적으로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다. 가장 강력하게 세계화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운동 닮은 점 많아

-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양산의 문제는 한국과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번 프랑스의 사례가 한국에 대해 주는 시사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 지난주 프랑스에선 300여만명이 거리에 나섰다. 300만명을 모으는 비결은 없다. 다만 결속과 연합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세계의 많은 지식인, 노조, 단체들은 의식을 심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세계화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란 무엇인지 등등. 내가 알기론 한국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많은 단체나 예술가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본다. 얼마전의 스크린 쿼터와 농민들의 홍콩 시위, 크레인에 올라가 시위하는 모습들을 볼 때, 한국에서도 전체적인 의식개혁운동이 있었다고 본다. 파괴적인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하지만, 그에 맞는 대응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떤 사회나 항상 젋은이들의 미래에 대해 민감하다. 프랑스에선 여지껏 어떤 정부도 학생들이 거리에 나오면 버티지 못했다. 한국의 젋은이들에게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방법을 찾고, 노조가 연합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나 또한 직접 만나보았지만, 한국의 노조는 매우 열성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운동을 볼 때 프랑스와 많이 닮아있다. 그렇다고 같은 방식을 전제하지는 않는다.

-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실 계획은 없는지?

= 5월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발행을 기념한 세미나에 초청받았다. 하지만 아직 확인해봐야 하지만, 초청에 기꺼이 응할 생각이다. 지난해 5월에도 갔던 한국 방문은 나에겐 항상 큰 기쁨이다. 지난해 <한겨레> 홍세화 위원과의 대담도 잘 기억하고 있다.

- 오랜시간 질문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리/류재훈 기자, 최정민 통신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