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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새 테러무기로 등장한 액체폭탄 ‘숨기기 쉽고 치명적’

등록 2006-08-11 07:18수정 2006-08-11 10:02

영국 항공기 폭파 음모 테러범들이 사용하려 했던 액체 폭발물은 쉽게 은폐할 수 있으면서도 치명적인 파괴력을 가졌기 때문에 테러범의 무기로 동원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영국의 폭발물 전문가인 시드니 앨포드 박사는 10일 인디펜던트 신문 인터넷판에서 액체 폭발물은 겉으로는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 음료수 병이나 캔에 넣어 쉽게 숨길 수 있다고 말했다.

1987년 미얀마 근해 안다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때도 북한 공작원이 알코올 술병에 액체 폭탄을 숨겨 기내에 밀반입했다가 원격조종으로 여객기 기체를 폭파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앨포드 박사는 "대부분 사람들은 폭발물을 고체 물질 혹은 가스와 연상시키지 액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액체 폭발물이 아기의 우유병이나 위스키병 혹은 감기약 속에 들어 있다면 도대체 어떤 보안 요원들이 그것에 의심을 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액체폭탄을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 중 하나는 모형 비행기 엔진의 연료, 폭발물, 산업 용매로 사용되는 니트로메탄이다.

앨포드 박사는 "니트로메탄을 소량 구하기는 아주 쉽다"며 폭탄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니트로메탄을 다른 활성 물질과 섞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트로에탄도 덜 알려졌지만 니트로메탄과 비슷한 폭발 효과를 낸다. 이 물질은 입수하고 수송하는 데 별 제한이 없다.

조금만 움직임을 줘도 폭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니트로글리세린도 잘 알려진 '액체 폭탄'이다.


하지만 앨포드 박사는 니트로글리세린의 폭발력은 잘못 알려졌다며 적절히 보관될 경우 니트로글리세린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아주 세게 타격을 주지 않으면"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틸 니트레이트도 있다. 메틸니트레이트는 다른 물질과 혼합하자마자 기폭장치 없이도 폭발한다.

이처럼 액체폭탄이 새로운 테러 무기로 부각됨에 따라 영국 공항당국은 10일 항공기 승객들에 대해 물병, 콘택트렌즈 용액, 물약 등도 기내 휴대품으로 반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내무부는 면세점에서 파는 주류도 미국행 여객기에 탑승하는 여객들에게는 금지 품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 액체 폭발물이란?

"액체 폭발물은 재료를 구하기 쉽고 만들기도 쉬우며 운반이 용이하고 살상력도 크다. 반면에 이를 탐지하기는 매우 곤란한 것이 문제다"

영국 애버딘 대학의 폭발물 전문가 클리포드 존스 박사는 BBC 방송의 질문에 액체 폭발물의 특성을 이렇게 요약하면서 액체폭발물이 소량이라도 기내에 반입된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스 박사로부터 액체 폭발물의 특성을 알아본다.

--액체 폭발물이란 무엇인가

▲흔히 폭발물은 고체와 기체 형태를 띄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액체 형태도 가능하다. 고체 폭발물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다이너마이트와 TNT다. 액체 폭발물은 실제로 채석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액체 폭발물은 어떻게 작동하나

▲일반적인 연소와 달리 고성능 폭발물의 연소율은 음속을 능가할 만큼 극도로 신속하며 대기의 압력보다 큰 `과도압력'을 유발한다. 파괴력을 일으키는 데는 상당한 과도압력이 필요치 않다. 불과 1%의 과도 압력 만으로도 유리창을 깨뜨릴 수 있다. 10%의 과도압력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고 건물에 구조적 피해를 입힌다. 여객기의 경우, 2%의 과도압력이면 창이 부서지고 10%면 운항중인 기체가 손상되고 인명피해도 일으킬 수 있다.

--어떻게 만드나

▲액체 폭탄의 원리는 TNT와 같은 고체 폭발물과 똑같다. 그러나 고체와 액체를 혼합한 폭발물도 있다. 이를테면 강산화물질과 연료의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다.

--재료를 구입하기는 어렵나

▲그렇지 않다. 매우 쉽다고 볼 수 있다. 일반가정에서 쓰는 화학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만드는데 특별한 지식이나 장비가 필요한가

▲순수한 액체 폭발물은 숙련된 화학 전문가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집안에서 만든다면 아마도 고체와 액체를 혼합하는 방식을 쓸 가능성이 높다. 그다지 많은 지식도 요구되지 않는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다만 시행착오의 위험이 있다.

--폭발장치는 기내에 반입될 수 있나

▲폭발장치는 가방에 넣어 반입될 수 있다. 숄더백 정도라도 테러리스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X레이에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탐지하기도 아주 어렵다. 일례로 액체 탄화수소 연료는 미네랄 워터로 위장해 반입할 수 있다. 의심받지 않도록 어떻게 잘 위장해 가방에 넣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 액체 폭발물 어떤게 있나

영국에서 적발된 항공기 테러음모는 `액체(liquid) 폭탄'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고 수사 당국이 발표해 액체 폭발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나라들은 이번 테러 음모가 적발된 직후 음료나 헤어 젤, 메니큐어 등 액체물품의 기내 반입을 금지시킴으로써 액체 폭발물을 이용한 테러경계를 바짝 강화했다.

액체 화학물질을 아기 우유병이나 위스키, 감기약, 화장품병 같은 곳에 감쪽같이 숨겨가지고 비행기에 오른뒤 이를 폭파시키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액체 화학물질을 이용한 항공기 테러 기도는 이미 몇차례 적발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물은 보통 폭탄처럼 딱딱한 물질이거나 가스통 같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고, 기존 공항검색 시스템도 금속, 고체물질 위주로 짜여져 있어 액체 폭발물의 적발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액체 폭발물 중 대표적인 것은 '액체 폭탄'으로 불리는 `니트로글리세린'.

건설현장이나 채석장에서 많이 쓰이는 니트로글리세린은 기름기가 흐르는 노란색 액체로 폭발성이 강력해 2-3ℓ정도만 기내에 반입해 터뜨려도 비행기의 한 면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물질은 볼펜 꼭지 정도의 작은 기폭장치를 설치한뒤 건전지로 작동되는 이동용 전자장치로 작은 충격만 가해도 폭파시킬 수 있기 때문에 테러에 악용되기 십상이다.

메틸 나이트레이트라는 액체 화학물질은 다른 물질과 섞이는 즉시 폭발하기 때문에 기폭장치 없이도 폭파시킬 수 있다. 대인 지뢰는 메틸 나이트레이트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지뢰를 밟을 경우 용기가 깨져 폭발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졌다.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이나 소독제, 염색약 등도 따로 들고 들어가 이를 혼합할 경우, 폭발물이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황산이나 소독제로 쓰이는 과산화수소 등도 TATP(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라는 폭발물질과 혼합할 경우 강력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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