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스 ‘나치 친위대 전력’ 고백 비난-옹호 교차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좌파 평화주의자인 귄터 그라스(78·사진)가 뒤늦게 히틀러의 나치 친위대에 복무한 사실을 인정(〈한겨레〉 14일치 15면)한 데 대해 비판과 옹호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독일의 전국유대인협회 샤를롯테 크보블르흐 회장은 14일 일간지 〈빌트〉와의 회견에서 “그는 순수파, 도덕적 좌표를 자처하면서 나치 전력을 빌미로 정치인들과 사회를 몰아부쳤다. 자신의 친위대 시절을 그처럼 오랫동안 침묵한 것은 모든 얘기를 가소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그라스가 좀 더 일찍 과거를 고백했다면 과연 노벨문학상을 받았겠느냐면서 “너무 늦게 고백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바웬사는 그라스를 만나면 결코 악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994년 체코의 저명한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그라스에게 수여했던 국제펜클럽 체코본부는 그라스에게 수여한 문학상을 철회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라스의 전기 작가 미하엘 위르크스도 “그라스가 살아 온 삶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독일의 원로 작가 다수는 그라스를 옹호하는 쪽이다. 독일 작가 에리히 뢰스트는 “그라스는 매우 어렸고 반대 쪽 방향으로 그를 끌어 줄 누구도 없었다. 그라스의 고백은 비난 없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라스는 〈데페아(dpa) 통신〉 회견에서 “일부에서 나를 힐난하지만 그들과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모든 이들이 내 책을 읽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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