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와 월 5만원 연금생활중”
3년 전 수학계에서 100여년 동안 풀리지 않던 푸앵카레 가설을 증명하는 짧은 논문을 인터넷에 올린 뒤 종적을 감춘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40) 박사의 행방이 확인됐다. 푸앵카레 가설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선정한 ‘21세기 수학의 7대 난제’ 중 하나로,연구소는 이를 해결하는 연구자에게 100만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페렐만 박사는 지난해 12월 실직한 뒤 매월 30파운드(약 5만원)의 연금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초라한 아파트에서 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일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의 수학 연구기관인 슈테크로프 연구소와 사이가 나빠져 연구원으로 재임용되지 못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렐만은 2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연맹 총회에서 수학판 노벨상인 ‘필즈 메달’의 유력한 수상후보자이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대회 참석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렐만 박사는 지난주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주목을 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며 (100만달러를 주겠다는) 횡재에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그는 자신의 실종에 대해 “숨기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며 “그저 대중이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렐만 박사의 친구들은 “그가 10년 넘게 노력한 끝에 푸앵카레 가설을 증명했지만 저명한 학술지에 그 결론을 싣지 않고 인터넷에 올렸다”며 “이는 그가 타고난 겸손한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페렐만 박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16살 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만점을 받았다. 박사 학위 취득 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때엔 미국 유수 대학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의받고도 모두 뿌리치고 1996년 러시아로 돌아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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