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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외국계 기업 유전개발 제동

등록 2006-09-19 18:57수정 2006-09-19 23:26

‘사할린2 프로젝트’ 환경승인 철회…사업 전면중단
석유메이저와 충돌…한국 가스공급도 차질 우려
러시아의 에너지 보물섬인 사할린에서 러시아 정부와 석유 메이저가 ‘충돌’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18일 석유메이저 로열더치셸 주도의 ‘사할린에너지’ 컨소시엄이 개발해 온 ‘사할린2 프로젝트’의 환경 승인을 철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의 환경 승인이 다시 나올 때까지 이 사업은 전면 중단된다. 러시아 천연자원부 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에 “새로운 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가스공급에도 차질?=사할린2는 석유메이저 로열더치셸이 지분 55%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 기업 미쓰이(25%)와 미쓰비시(20%)가 참여한 200억달러 규모의 원유·가스 개발 사업이다. 민간 에너지개발 사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러시아 최대의 외국투자 사업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사할린2에서 생산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2008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150만t씩 공급받기로 2005년 계약을 맺었다.

이번 사태로 한국의 가스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 도입팀 관계자는 “2008년 9월부터 예정된 사할린 가스 도입이 6개월 이상 늦춰지면 가스 수요가 큰 겨울철과 맞물려 수급 차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사태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체도입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값이 강세고, 공급자 중심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도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러시아와 석유메이저의 이권쟁탈전=이번 사태는 사할린2 송유·가스관 공사구간의 환경 파괴라는 드러난 논란보다는, 사할린 에너지 개발의 주도권을 둘러싼 러시아 정부와 외국기업들의 힘겨루기로 해석된다.

대규모 원유·가스 자원이 매장된 사할린은 아시아의 주요 소비시장에서 가까워 석유 메이저들과 중국·인도·일본 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사할린 프로젝트 9개 사업중 사할린1과 사할린2 프로젝트는 러시아가 경제난을 겪던 80년대~90년대 초 엑손모빌과 셸이 ‘생산물 분배방식’(PSA)으로 계약을 맺었다. 생산물 분배방식은 전체 수익에서 개발 비용을 뺀 나머지를 러시아와 개발회사들이 나누는 방식이다. 러시아 정부는 셸과 엑손이 개발비용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러시아의 국익을 빼앗았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해 왔다.

푸틴 행정부는 국영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를 통해 전략적 자산인 에너지 개발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외국기업만 참여 중인 사할린2는 주요 표적이 됐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지난해부터 사할린2 지분 중 25%를 인수하는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을 두고 이견이 너무 컸다. 분석가들은 이번 승인 취소가 지분 협상을 가스프롬에 유리하게 만들려는 러시아 정부의 압박수단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 엠데엠(MDM)은행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안드레이 그로마딘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사할린2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통제권을 가지려는 러시아 정부의 의도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사할린에너지는 18일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 정부가 환경허가를 취소할 근거가 없다”며 “2008년부터 가스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일본·한국·북미 사업자들과의 신용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일본과 러시아 관계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러 사이의 상징적 협력사업인 프로젝트가 상당히 지연돼 일-러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도쿄/박중언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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