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폭파된 ‘무지개 전사’ 호의 모습 AP/연합
1985년 폭파당한 그린피스 사건 주범 주장 불거져
프랑스 유력 대권주자의 오빠가 1985년 7월 핵실험 반대 해상시위를 벌이려다 폭파당한 그린피스의 ‘무지개 전사’호 사건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불거졌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유력한 사회당 대권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 의원의 오빠 제라르 루아얄이 1985년 7월 뉴질랜드 오클랜드항에 정박해 있던 ‘무지개 전사’호에 폭약을 장착했다는 증언을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폭로자는 다름아닌 루아얄 의원의 남동생 앙투안 루아얄이다. 그는 “대외안보총국 아시아지부 소속이던 제라르는 오클랜드항으로 가 무지개 전사를 폭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나중에 그는 폭탄을 장착한 게 자신이라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11명이 탄 ‘무지개 전사’는 다른 배들을 이끌고 프랑스의 핵폭탄 실험장으로 유명한 모루로아환초를 봉쇄하기 위해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수중침투한 프랑스 정보기관 대외안보총국 요원이 장착한 폭탄이 터져 배가 가라앉으면서 사진작가 1명이 숨졌다. 뉴질랜드는 위조여권으로 입국한 대외안보총국 요원 2명을 붙잡아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2명은 놓쳤다. 이 사건은 평화운동에 대한 도발로 인식되며 외교 마찰을 불렀고, 그린피스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도 됐다.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무지개 전사’ 폭파를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지만, 그가 이를 승인했다는 게 지난해 밝혀지기도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당시 대외안보총국 소속 장교이던 제라르 루아얄이 폭발물을 배에 붙이지는 않고 ‘무지개 전사’에 접근하는 보트를 몰았을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날 이런 보도와 맞닥뜨린 루아얄 의원은 1일 “(사회당 대선 후보) 입후보를 선언한 날 논란이 제기돼 다소 놀랐다”며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빠는 “위대한 군인”이었다고 말한 루아얄 의원은 새 사실이 드러나면 국방부가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 당시 대통령 자문역이었기 때문에 논란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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